세계 3대 게임쇼를 지향하는 지스타가 연인원 15만 명이 관람한 가운데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온라인 강국이 주최하는 게임쇼답게 온라인 게임의 화제작도 풍성했다. 엔씨소프트는 세번째 대작 온라인 게임 '아이온'을 발표했다. 또한 '타뷸라라사'를 개발한 세계적인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이 직접 현장에 찾아왔다. NHN은 영화·소설로 전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반지의 제왕'의 온라인 버전을 공개했다.
넥슨은 전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선보였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높은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비엔비'의 배찌 캐릭터를 계승·발전한 애니메이션 '다오배찌 붐일 대소동'과 아동용 슈팅게임 '크레이지 슈팅 버블파이터'도 내놨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고스트X', 예당온라인의 '패 온라인', SK텔레콤은 자회사인 엔트리브를 통해 '공박'과 신작 '프로젝트 앨리스'를 공개했다.
이러한 화제 속에서 정작 주빈인 한국 게임업계는 10여개사 남짓 참여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방향성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또 나왔다. 우선 문화관광부는 내년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한양대 경영연구소에 '지스타 발전방향'을 외주 용역해 놓은 상태다.
게임사들은 공통적으로 지스타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발부터 온라인 게임중심의 게임쇼를 지향해온 지스타가 외국 콘솔업체의 부스 참가에 목을 매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스타의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향성이다.
시기의 경우 대입 시험을 10여일 앞두고 행사를 여는 것보다 차라리 겨울이나 여름 방학 시즌이 더 낫다는 것. 행사를 방학 기간에 열면 관람객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교육청과 협조해서 참관 수업이 되도록 할만한 학습형의 공간도 마련하고, 부모-자식이 손을 잡고 함께 할 수 있는 게임 역사관이나 가족관 등도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장소의 경우 접근성은커녕 교통 편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서 일산 킨텍스를 고집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한국 게임업계가 외면하는 게임쇼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스타가 장수하려면 무엇보다도 게임업계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단지 게임만을 보게 하는 것보다 e스포츠대회와 게임문화 페스티벌과도 연계하고, 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을 마련, 남녀노소 함께 찾아오게 해야 한다. 놀거리 구경거리 많은 장소로 만들어 유저들을 더 많이 오게 하려면 과감히 비즈니스 행사를 없애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업계는 한 관계자는 "가령 60부스를 마련할 경우 6억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이는 서비스 기준 동접자 1만 5000명 게임이 한 달에 버는 액수다. 지금의 구조로는 부스에 투자한 돈과 정력에 비해 효과가 너무 적다"고 고백했다. 차라리 그 돈을 마케팅 비용에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왜 참가하지 않느냐고 윽박지르지 말고 이들이 절로 찾아오게 할 그런 방안에 몰두해야 한다.
박명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