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이 강산만은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사람들의 구매 패턴이 달라졌고, 살아남기 위한 한우의 모습도 바뀌었다. 한우의 환골탈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가는 수입 쇠고기 사이에서 특화된 한우 덕에 소비자들의 입안은 더욱 다양해진다. 우리 농가는 경쟁력있는 한우를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까? 수많은 한우 생산 농가 중 특별한 노하우로 맛좋은 한우를 기르는 업그레이드 브랜드를 소개한다.
백혜선 기자 [s100@joongang.co.kr]
수입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축산은 '차별화된 양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근친 교접에 따른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인공수정을 하고, 고기의 섬유질을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해 수송아지를 거세하는 등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고기의 등급은 지방의 분량과 그것이 얼마만큼 고르게 퍼져 있는가로 결정된다. 이것이 일명 '마블링'이다. 고기의 맛은 올레인산 등의 지방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인데 이것이 많을 수록 고기가 부드럽고 고소해진다.
이런 지방산은 한우에 특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산의 양을 더 늘이기 위해 소의 운동량은 제한하고, 녹차나 양파·옻 등의 특수 사료를 먹여 고기에 색다른 풍미를 준다. 육질과 맛의 차별화로 승부수를 거는 한우브랜드가 대부분이다.
또한 가격대 별로 저가 수입산 쇠고기와의 정면 승부를 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횡성군이 한우 명품화 전략으로 FTA의 파도를 넘고 있다면, 강원도 영월 주천 섶다리 마을의 '다하누촌'은 유통 혁신을 통한 한우 대중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횡성군의 한우가 일반 한우보다 20% 정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데 반해, 다하누촌은 서울 한우 전문점의 1/4 가격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 한우 브랜드는 총 228개로 몇 년새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그야말로 뭉쳐서 살 길을 찾는 중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농협 중앙회 축산지원부 최완용 과장은 "한우는 축산농가만의 힘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 구조적인 현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축산농가들이 연합해 국제 경쟁력 갖춰가는 추세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씨부터 다르다 : 남해 '화전 한우'
1989년부터 시작해 13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초의 브랜드 한우다. 화전 한우는 우량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남해 섬 밖의 암소나 송아지는 들여오지 않는다. 화전 한우만의 원칙이다.
남해 섬에서 태어난 어린 수송아지를 거세해 29개월 이상 장기 사육하는데 질 좋은 송아지를 얻기 위해 암소도 직접 사육한다. 암소 역시 남해 섬 안에 있는 것으로만 제한해 우량 종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료에는 특별한 첨가물을 섞지 않지만 과학적인 사육 시스템을 도입해 고급 한우를 생산하고 있다.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시스템)에 따라 부위별로 진공포장하여 5~7일간 숙성, 공급한다. 화전 한우의 사육기간은 30개월. 보통 한우의 사육기간 24개월 정도와 비교하면 생산비가 더 들어가는 셈이다. 이유는 좋은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축산기술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사육기간 30개월을 전후해 고기맛을 내는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화전 한우 맛집
화전 한우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문식당. 매일 아침 신선한 고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육질이 연하다. 생고기 에 구운 소금을 살살 떨어뜨려 양념없이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손님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라 음식값도 저렴하다. 한우마을 외에 유정가든도 화전 한우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머리가 좋아져요 : 평창 '대관령 한우'
평창 지역은 해발 고도 700m로 기류가 교차하는 지점. 잠을 덜 자도 피로를 느끼지 않을 만큼 가장 쾌적한 생육 조건을 자랑하는 곳이다. 지역적인 혜택 때문인지 일반 한우의 경우 10마리를 도축하면 1등급 한우가 한 마리 분량도 나오기 어려운데, 평창 한우는 80% 이상이 1등급 한우 판정을 받는다.
여기에 오메가3 지방산을 다량 함유한 사료를 먹여 기능성 쇠고기로 업그레이드된다. 오메가3는 참치 같은 생선에 많은 영양소로 청소년 성장을 돕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 대관령 한우는 다른 한우에 비해 오메가 3가 1.8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평창 한우가 되기 위한 과정은 까다롭다. 4개월째에 거세한 소를 평균 23~25개월간 사육해 630㎏ 이상 완숙한 소만 출하한다. 거세한 한우는 우성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근육 조직이 가늘고 섬세해지며, 지방근육이 고루 분포한다. 이것이 바로 마블링이다. 또 자체 도축장에서 위생적인 과정을 통해 도축 후 냉장육 상태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항상 신선하다. (평창영월전선축협 www.koreacattle.co.kr, 033-334-2304)
- '대관령 한우' 맛집
'황소고집'은 1등급만 취급하는 한우 전문점. 전국 각지에서 찾는 단골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창에선 고기 맛 좋기로 유명하다. 평창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정갈한 토속 밑반찬과 지역 특산물인 오가피주를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살치살 000만원, 안창살 00원, 갈비000원.
■기름 쫙 뺀 다이어트 쇠고기 : 총체보리 한우
총체보리 한우는 사료부터 다르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총체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다. 사육이 수월치 않아 김제 내에서도 총체보리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일반 한우는 털이 가지런하고 몸매도 매끈하지만, 녹우는 털이 꺼칠꺼칠하고 몸통이 크다.
이런 특징은 고급육 시스템에 의해 사육된 브랜드 한우의 특징. 육질도 일반 한우, 특히 수입산 쇠고기가 선홍색을 띠는 반면 총체보리 한우는 검붉은색을 띠면서 마블링이 화려하다. 노린내도 전혀 나지 않는다. 거세 한우인데다가 총체보리에 함유된 성분이 지방질을 감소시켜 특유의 노린내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우의 우분(변)을 땅에 환원해 총체보리를 생산하는 토질이 더욱 비옥해진다는 점에서 환경 친화적이다. 지난 2005년에는 한우부문 최고급육 생산농가 선정 대회에서 그간 전국 1위를 고수해온 횡성한우보다 우수한 평점을 받아 최우수상을 탔다. 올해는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고품질부문 농협상을 수상해 신뢰도를 더했다. (총체보리한우직판장 063-542-8808)
- '총체보리 한우' 맛집
사육이 수월치 않아 김제 내에서도 총체보리 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 중 '총체보리 한우촌'은 질 좋고 저렴한 고기로 지역민이 인정하는 곳이다. 점심식사 때면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할 정도다. 육사시미는 육질이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육사시미 1만 5000원, 꽃등심 1만 8000원.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한우 기네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쇠고기 부위는 등심이다. 지난 9월 농촌진흥청의 축산과학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부위별 판매량에서 등심이 1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양지·갈비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등심은 구이용으로 애용되는 부위로 기름진 고기를 구워먹어야 '잘 먹었다'며 이를 쑤실 맛 나는 한국인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안심 가격 세계 2위, 불고기 가격 세계 39위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서 발간한 '2006년 세계 주요 도시의 생활여건'에 따르면 쇠고기 안심 가격은 서울이 스위스 취리히 다음으로 높았다. 반면 불고기용은 호주 시드니 다음인 39위로 상당히 낮게 나왔다. 안심은 선호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적어 그 희소성으로 가격이 높게 책정된 데 반해, 국거리나 불고기용으로 이용되는 부위는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가족 수가 세 명 이상인 40대'가 한우 사랑
한우를 가장 많이 먹는 계층은 '가족수가 세 명 이상인 40대'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식을 겸비하고 건강을 염려하며 경제적인 여유도 있는 40대 이상이 한우를 선호했다. 또한 40대 이상에서 유독 소비량이 많은 이유는 가정 뿐 아니라 회식 자리에서도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