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캠프 이틀째인 13일 온나손 아카마구장 내 라커룸은 시끌벅쩍했다. 코나미컵를 치른 SK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선수단 머릿수가 부쩍 늘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입심 좋은 이호준(31·SK)이 라커룸 분위기를 휘어잡고 나섰기 때문.
쉼없는 배팅 훈련을 마치고 거친 숨을 내쉬던 이호준이 "곧바로 러닝을 해야 한다"는 동료의 말에 외마디 비명을 토해낸 것. 그의 거침없는 한마디에 동료들은 자지러지고 말았다.
'지옥의 SK'를 떠나온 게 다행이라고 여겼건만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훈련 스케줄도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두 감독의 스타일 비교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호준은 "사실 김성근 감독의 훈련이 독하기로 소문났지만 나는 열외였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감독은 토스 배팅을 올려주면서 '좋아'라는 말이 3번 나와야 끝을 낸다. 물론 2시간 넘게 토스 배팅을 한 선수도 있었지만 나는 100개의 공을 치기도 전에 '좋아'를 3번 들었다. 그런데 여기는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는다"라고 농담섞인 불멘소리. 이내 진지모드로 돌아간 이호준은 기꺼이 러닝 훈련을 소화했다.
또 하나. FA 이호준은 훈련 도중 휴식 시간에 장성호(KIA)에게 다가가 "비교 대상이 너밖에 없더라. 미안하다"고 씽긋 웃었다. 장성호는 2005년이 끝난 뒤 4년간 최대 42억원에 FA 계약을 했는데, 12일 SK와의 첫 면담에서 같은 액수를 부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장성호는 프로 첫 10년 연속 3할 타율을 아깝게 실패한 선수로 레벨이 다르다"는 주변에 말에 이호준은 "저는 10년 연속 100삼진(사실은 2003년 80개가 시즌 최고)을 실패했어요"라고 받아쳐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장성호는 "호준이 형은 입으로 하면 4년간 70억원도 받아낼 인물"이라고 이호준의 입심을 인정했다.
그동안 이대호(롯데)가 나홀로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했다면 이젠 이호준의 가세로 더욱 화기애애해진 대표팀 캠프다.
오키나와=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사진=(오키나와) 이호형 기자 [leemario@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