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대표팀 캠프에서 가장 인터뷰를 하기 어려운 선수는 주장 박찬호(34·LA 다저스)다. 대표팀 취재룰에 따라 훈련 중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장비를 챙길 때 잠시 짬을 내 미니 인터뷰가 이뤄지는데 박찬호는 이마저도 정중히 사양한다.
이유는 오직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란다. 러닝화로 갈아신는 그를 보고 취재진이 스치듯 간단한 질문을 했으나 박찬호는 "나중해 하시죠"라면서 사절했다. 박찬호에겐 신발의 끈을 묶는 자체도 훈련의 일부이다.
때문에 취재진에겐 인기가 없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요, 존경의 대상이다. 최근 들어 마이너리그를 전전하고 있지만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로 113승을 기록한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다. 선수들은 박찬호의 훈련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있게 관찰하며 배우려는 모습이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 후 3번째 태극마크를 단 박찬호도 자신이 메이저리그라는 정글에서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준다.
마무리 오승환(삼성)에게는 400세이브를 달성한 트레버 호프만(샌디에이고)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호프만식 러닝법을 알려줬고, 10년 후배 권혁(삼성)에게는 자신의 커브를 전수해줬다.
무엇보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선수단에서 귀감이 된다. 박찬호는 오키나와 캠프 첫 휴식일인 15일에도 호텔 근처 해변의 산책길을 달렸다. 박찬호는 대표팀 훈련 외에도 개인 트레이너로부터 받은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을 하고 있다.
박찬호는 WBC에 참가했던 해외파 멤버들이 줄줄이 대표팀 합류를 고사하는 가운데 예비 엔트리 발표 때부터 "조국이 불러주면 반드시 가겠다"고 밝혀왔다. 뿐만 아니라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선수단을 앞장 서 이끌고 있다.
고교 선배(공주)인 김경문 감독은 "박찬호는 투수진에 있는 자체로만 대표팀에 큰 보탬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것을 증명해보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