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김성근 SK 감독과 김인식 한화 감독의 설전이 화제를 모았다. 60대 두 사령탑의 입담 대결은 자존심의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지만 그라운드밖의 팬들은 즐거워했다. 스포테인먼트가 따로 없었다.
두 김 감독은 시즌 후에 “주변으로부터 재밌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명 감독들의 라이벌 구도는 장기레이스에서 청량제요, 흥밋거리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올 시즌에도 라이벌 구도는 유효할 전망이다.
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
▲김성근 대 김인식
지난해 1라운드 승자는 김성근 감독이었다. 무관의 명장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2007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야구의 신’으로 거듭났다.
반면 김인식 감독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고도 또 다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씁쓸함을 맛봤다. 준PO부터 시작한 탓에 전력상 ‘국민감독’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만약 한화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입씨름으로 시작된 두 감독의 라이벌 대결은 절정으로 치달을 뻔했다. 지난해 상대전적에서도 SK가 11승2무5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2라운드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선동열 대 김재박 대 김경문
이제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지만 1996년 현대가 프로야구에 뛰어들면서 삼성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재계 라이벌이 야구판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가장 치열한 맞대결은 2004년 한국시리즈. 당시 9차전까지가는 접전 끝에 현대가 승리했다. 이후에는 삼성의 천하였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을 영입한 삼성은 2005년·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김재박 감독이 지난해 현대에서 LG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산에 미안하지만 LG의 라이벌은 삼성”이라고 한 도발은 과거의 현대-삼성 간의 라이벌 관계를 다분히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라이벌 대결의 승자는 현대도 삼성도 아닌 두산이었다. 김재박 감독이 ‘미안해한’ 두산이 LG-삼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3팀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선동열 감독에게 진 빛이 있다.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의 4연패. 전직·현직, 그리고 미래의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올 시즌 세 감독들이 펼치는 ‘삼각구도’도 흥미진진하다.
▲로이스터 대 7개 구단 사령탑
외국인 제리 로이스터의 롯데 감독 취임은 26년 프로야구사에 획기적인 중 하나다.
한국야구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야구판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선구자들이 대개 그렇듯 로이스터 감독은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서 가시밭길을 뚫고 나가야 한다.
한 야구인은 “나머지 구단들과 롯데의 7 대 1의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외국인 대 국내파 감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분화하면 1 대 2 대 5의 대결이 될 수도 있다. 앞의 1이 로이스터 감독이라면, 중간의 2는 일본야구를 신봉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과 선동열 감독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