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과학수사계 옥얼찬 경감은 “미국드라마 CSI를 즐겨본다. 하지만 미국 경찰들도 이 드라마 때문에 힘들어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은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극의 흥미상 과장돼 있다. 우리 과학수사 현실과 비교하면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의 과학수사 인력은 1000여 명이다. 옥 경감은 “과학수사는 단적으로 사람과 돈이다. 인력이 가장 문제다. 최소 지금보다 두 배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비도 많이 마련됐지만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강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학수사 요원 한 명이 출동하기도 한다. 최소한 2인 1조로 움직여야 신속하고 철저한 현장 감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CSI 요원은 범죄 현장 감식 전문가로 화학자, 곤충학자, 인류학자 등 다양한 특기를 소유한 전문 인력들이다. 이들은 400시간이 넘는 현장 실습 훈련을 받는가 하면 수년간 CSI식 훈련을 받고 양성된다. 우리의 과학수사 인력은 지원자들이 6주 정도의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CSI를 보면 법의관이 현장에 나가 변사체를 조사하고 즉각 부검 여부를 판단한다. 법의관이 시체를 부검하는 동안 CSI 요원들은 여러 증거물을 분석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공에 상관 없이 검찰의 의뢰를 받은 공중보건의나 지역의 의사가 검시(사체의 외부를 검사해 사인을 판정하는 일)를 하고 시체검안서를 작성한다. 검사는 사인과 사망 시각 등을 추정한 의사의 시체검안서를 보고 부검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하루 이틀이 걸린 후 냉장 보관된 사체를 인계 받아 부검을 하는 시스템이다.
인력이 부족해 법의관이 현장에 나가거나 초동 수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은 30여 명, 이들이 매년 7000여 명의 변사자 시신을 부검한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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