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지난달 31일 출시된 지 만 10년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여전히 PC방 순위 상위권에 랭크하며 한국인의 지독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세계 판매량 950만 중 한국에서만 450만장이 팔렸다. 또한 PC방과 e스포츠라는 문화 아이콘을 만들어냈다.
올해 안에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앞두고 있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관련 핵심 3인방인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COO), 크리스 시가티 수석 프로듀서 개발자, 샘 디디에 수석 아트디렉터와 본지가 단독으로 영상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블리자드 코리아의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스타크래프트 출시 10년을 맞은 감회는?
“스타크래프트는 ‘디아블로’ ‘워크래프트’와 함께 블리자드의 세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스타크래프트 덕분에 블리자드는 e스포츠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두가 한국 유저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유저가 아니었다면 현재 스타크래프트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스타크래프트2 개발도 하지못했을 것이다.”(샘즈)
-개발 당시 이렇게 10년 이상 장수할지 기대했나.
“당시 10만장이면 많이 팔리는 시대였다. 회사의 그 누구도 이렇게 950만장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크리스)
-게임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처음에는 ‘스타워즈처럼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영화 ‘스타워즈’를 게임으로 만들어볼까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법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서 독자적 시나리오를 갖고 직접 만들기로 했다.”(크리스)
-디자인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특히 세 종족에 대한 발상이 궁금하다.
“모든 디자인은 영화·만화·소설·보드 게임의 영감을 받았다. 저그는 곤충 과학소설의 영향을 받았고, 프로토스는 우주인 콘셉트다. 테란은 우주의 카우보이 인간으로 설정했다”(디디에)
-출시 당시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데도 성공했다. 그 이유는?
“유저들은 좋은 게임을 기다린다. 좋은 게임이 있으면 팬들은 저절로 따라온다. 블리자드가 MMORPG(온라인 다중접속 역할 수행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만들자 ‘경험 없어서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성공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종족간의 밸런스가 완벽하게 잡힌 게임이다. 게임할 때마다 새 전략과 전술이 가능해 게임 결과에도 승복할 수 있어 e스포츠로까지 발전했다.”(샘즈)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게임계에 기여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0년 전 한국 게임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하면서 PC방 문화가 정착됐다. 또 한국 게임 개발자들에게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도전과 동기부여를 했다고 생각한다.”(샘즈)
“게임에 대한 안 좋은 선입관을 깨고 국가에서 게임을 지원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 e스포츠만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사회적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새 문화도 창출했다.”(크리스)
-스타크래프트2가 지난달 10일 한국에서 마지막 종족인 저그 종족을 발표했다. 스타크래프트2는 언제쯤 출시하나.
“시기는 미정이다. 나도 항상 개발팀에 언제 나오냐고 묻는다. 블리자드는 게임이 완벽하지 않으면 결코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다.” (샘즈)
-스타크래프트2를 미국에서도 시연해봤나.
“한국 유저들은 느리다고 하지만 미국 유저들은 되레 너무 빠르다고 아우성이다. 2D그래픽인 전작에 비해 3D라서 박진감 있고 스피디한 게임을 구현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래서 한국 유저를 위해 빠르기 설정을 따로 해놨다.” (디디에)
-블리자드의 게임 철학은 뭔가.
“최고의 개발자들이 최고의 게임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개발자에게 최대한 자유와 최적의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이 뭔지 알아내고, 서로 개발하는 게임을 많이 해보게 하는 것이다.”(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