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삼성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중심 타선은 8개 구단 중 가장 최강인 것 같다"고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올해 외국인 선수로 지난해 한화에서 뛴 제이콥 크루즈를 영입해 중심타선을 양준혁-심정수-크루즈로 꾸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양준혁은 지난해 타율 3할3푼7리, 22홈런 72타점을 기록하며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심정수는 31홈런-101타점을 기록하며 홈런·타점 더블 크라운을 차지했다. 크루즈는 한화에서 타율 3할2푼1리 22홈런 85타점으로 해결사 노릇을 했다. 성적을 놓고 보면 선 감독의 기대는 당연했다.
선 감독이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한 2005년 이후 삼성의 팀 컬러는 불펜을 강화시켜 마운드를 높이를 앞세웠다. 3~4점만 내더라도 2~3점으로 막을 수 있는 마운드 능력으로 한국시리즈를 2연패 하기도 했다. 올해는 마운드와 함께 공격력 강화로 한국시리즈 정상 재도전에 나섰다.
시즌이 개막되고 삼성의 '양-심-크' 중심타선은 3명 모두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며 한마디로 '어이쿠'가 돼버렸다. 지난해 타격 2위였던 양준혁은 2할 5푼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초반 12경기에서 홈런 4방을 펑펑 쏘아올렸지만 올해는 15일 SK전에서야 마수걸이 홈런포를 가동했다. 양준혁은 "나도 이승엽이랑 페이스가 비슷한 거 같다. 이러다 2군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어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한 것이 시즌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공격력 보강으로 데려온 크루즈는 실망이 더 심하다. 지난해 좋은 선구안과 정교한 배팅 컨트롤을 인정받았던 크루즈는 16일까지 장타 한 방 없이 단타만 치고 있다. 타율은 2할4푼5리. 크루즈는 "원래 슬로스타터 체질인대 지난해는 초반부터 잘했다. 특타와 비디오분석을 통해 타격 리듬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두 타격코치는 "자꾸 못 치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어려운 볼을 계속 건드린다. 좋은 볼이 안 오는데 조급해 기다리지 못하고 투수에 말려간다"고 설명했다. 볼은 보는 좋은 눈이 있기에 심적 부담감을 떨치면 조만간 슬럼프를 탈출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이 많다.
심정수는 3홈런을 치고 있지만 결정적인 찬스에 약해 타점은 6개에 불과하다. 15일 SK전에서 1사 1,3루·1사 만루 등의 찬스에서 연거푸 범타로 물러났다. 결정적인 안타를 더 많이 때려야 한다. 삼성 중심타선이 언제쯤 폭발할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