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취재후기] 평범한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 그 무엇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인, 네 모녀 살인 등 잔혹한 사건들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을 노린 단순 강도살인 사건이나 치정관계에 얽힌 분노에서 비롯된 살인사건들의 기사를 보며 과연 이런 일반적인 이유로 사람을 죽였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살인자가 살아온 환경적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살인자는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악마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무엇이 평범한 사람을 잔인한 살인마로 만드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중 만난 비극적 여인의 사건 역시 살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사귀던 남자친구가 이유 없이 목을 매어 자살하고, 그 뒤로도 만나는 남자들 세 명이 연이어 자살이나 사고사를 당했다는 것. 그녀는 현재 만나는 남자가 있고 이번만은 나쁜 일을 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간 점집이었다. 무속인은 단번에 그녀의 살기를 직감하고 지금 바로 살풀이를 해야 지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무속인의 말을 다 믿지는 않았지만 근심 가득한 얼굴이 살풀이 후 환해지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의 효과는 느낄 수 있었다.
살인을 부르는 기운, 관상으로나 몸에 붙어있는 악령 따위로 감지할 수 있다는 살기. 살기가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하지만 천성적이든 누군가의 조종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일이든, 인간의 이성이 살아있는 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일은 없는 것이 아닐까.
강지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