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의 대중적인 모델들이 국내 거리를 활보할 날도 머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저가 모델을 대거 쏟아낼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아우디 등이 중형 이하의 모델로 짭짤한 재미를 본 데 이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차의 대공습’이 임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안주’해온 국내 완성차 업계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다소 고압적인 태도에 불만이 있었던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일본차 9월부터 본격 판매 그 동안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굴지의 메이커들은 렉서스와 인피니티 등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의 상류층을 공략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와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 자동차 시장의 성향을 파악한 이들은 기존 딜러망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판매 조직을 구성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 한국인이 선호하는 모델을 집중적으로 내놓기로 했다. 게다가 중형 시빅, 도심형 SUV CR-V 등 중저가 모델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혼다의 선전도 큰 힘이 됐다.
국내 시장을 노크하는 일본의 자동차는 미쓰비시·닛산·도요타·마쯔다 등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우선 3일 미쓰비시는 대우자동차판매와 공동 설립한 국내 판매법인 MMSK㈜ 계약 체결식을 갖고 이르면 9월부터 준중형 세단 랜서, 중형 SUV 파제로와 아웃랜더, 스포츠쿠페 이클립스 등 5개 모델을 시판한다. 인피니티로 생존 가능성을 확인한 닛산은 11월 초 중형 SUV 무라노와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크로스오버 SUV 로그로 국내 중저가 시장에 진입한다.
이밖에 도요타는 조만간 딜러를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자사의 가장 대중적인 모델 캠리 등 3개 모델 판매를 시작하고, 마쯔다도 이르면 연말부터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업계도 긴장…가격 경쟁력이 변수 일본차의 국내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은 성능·승차감·연비·디자인·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일본차와 큰 차이가 없다며 겉으로 느긋해하면서도 속으로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차들과의 비교 시승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던 반면 최근에는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일본차와의 비교를 강조하는 것에서 이같은 조바심이 잘 드러난다.
지난달 로체 이노베이션을 선보인 기아자동차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의 비교 시승을 통해 품질이 결코 뒤지지 않음을 강조했고, GM대우도 콤팩트 SUV 윈스톰 맥스 시승행사에서 혼다 CR-V를 언급하며 품질의 우위를 자신했다.
지난해 연말 출시를 앞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BMW·메르세데스 등 유럽차들과의 비교시승을 가졌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편 일본차가 들어온다 해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한다 해도 가격 부담이 만만치않은 탓이다. 최근의 가격 하락에도 아직 비싸다는 인식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일본차 가격은 동급의 국산차에 비해 20~30% 높게 형성되고 있다.
다만 수출 모델에 비해 비싸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국산차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경우 영역을 빠르게 확산시킬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