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토종 마지막 20승 투수 정민태(38·KIA)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정민태는 올 시즌 개막 전 선수 생활을 이어갈 뜻을 강력히 피력하고 지난 3월 히어로즈에서 KIA로 팀을 옮겼으나 이적 후 4개월만의 은퇴 선언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민태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깨 통증이 여전히 있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선수로서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던 셈이다.
정민태는 “남은 연봉(올 시즌 7000만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KIA는 본인의 뜻을 존중해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의 은퇴 선언에 구단도 다소 놀란 눈치다. 당초 조범현 KIA 감독은 2군에서 컨디션 조절 중인 정민태를 이날 1군에 등록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민태는 조 감독과 김조호 단장을 차례로 만난 뒤 은퇴를 최종 결정했다. 정민태는 이 자리에서 “2군 경기 출장과 어깨 재활을 하면서 얼마 전부터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재기에 성공하고 싶었지만 나로 인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후배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산고-한양대를 졸업하고 1992년 태평양을 통해 프로 데뷔한 정민태는 96년 현대의 태평양 인수와 함께 야구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해 15승으로 아마시절 국가대표 에이스의 명성을 되찾은 뒤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99년 20승(7패)은 지난해 리오스(당시 두산·22승)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국내 투수로는 마지막 20승으로 남아 있다.
2001년부터 일본 요미우리에서 2년 간 뛴 뒤 돌아온 후에도 2003년 17승, 2004년 7승으로 활약하며 현대에 총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2004년 7억 4000만원으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연봉 7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피칭도 2004년 이후 현대의 쇠락과 궤를 같이 하면서 시들해졌다. 2005 시즌 후 어깨 수술을 하면서 마운드에 서는 것보다 재활 시간이 더 길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9패만 기록했다.
정민태는 올 초 현대 매각과 관련한 현대 선수들의 집단 행동 때 센테니얼(현 우리 히어로즈 운영주체)에 자진 방출을 요청하고 KIA로 이적하는 등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지난 4월 18일 광주 한화전에서 1경기 등판해 1패(3⅔이닝 6실점)만을 남겼다.
“마지막 재활을 성공하지 못하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힌 정민태는 이후 진로에 대해 “당분간 가족과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겠다. 가능하면 현장에 복귀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프로 15시즌 동안 정민태의 통산 성적은 124승(역대 8위) 96패에 평균자책점 3.48(1831이닝 707자책점)다.
정민태 은퇴 관계자 멘트조범현(KIA 감독)=아쉽다. 팀에 젊은 투수들이 많아 정민태의 관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오늘(8일) 1군으로 등록시키려 했는데 뜻밖에 은퇴 의사를 들어 당황했다. 하지만 오래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라 본인의 의사를 따르기로 했다. 지도자로서도 대성할 자질이 있는 만큼 성공하리라 믿는다.
선동열(삼성 감독)=결국 은퇴를 했는가. 본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이가 선수 자신이다. 내가 어떤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정민태 스스로가 오랜 고민 끝에 결정했을 것이다.
정민태 프로필▲생년월일=1970. 3. 1
▲출신교=동산고-한양대
▲팀=92 태평양-96 현대-2001 일본 요미우리-2003 현대-2008 KIA ▲통산 성적=(한국) 290경기 124승 96패 3세이브 1831이닝 1278탈삼진 평균자책점 3.48 (일본) 27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6.28
▲주요 수상 경력=다승 1위(99, 2000, 2003년) 승률 1위(2003년) 한국시리즈 MVP(98, 2003년) 골든글러브(98, 99, 2003년)
▲2008 연봉=7000만원
광주=정회훈 기자 [hoo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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