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마크 밀러와 J.G.존스가 합작한 만화 '원티드'(중앙북스·사진)는 인상적이다. '원티드'의 철학은 영화에 전염되어 총알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데까지 발전했다. 도시 두 개의 거리에서 저격한다는 설정은 만화의 씨앗이지만 말이다.
만화 '원티드'는 미국에서 6권으로 발행된 분량을 모았다. 흑백의 대비로 강렬함을 극대화한 만화 '신시티'와 달리 올 컬러로 주인공 웨슬리 깁슨이 가장 비침한 인생에서 잔혹한 킬러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신시티'의 경우 영화가 만화를 충실해 재현해내지만 '원티드'에서 영화는 만화보다 훨씬 폼을 잡는다.
만화는 영화와 달리 슈퍼 히어로물이다. 슈퍼 히어로가 초악당들에게 전멸한 세계 속에서 초악당들이 세력 다툼을 한다. 깁슨의 아버지는 킬러로서의 재능을 모른 채 비굴하게 살아가는 아들을 특급 킬러로 육성하려는 생각을 한다.
깁슨은 폭스에게 이끌려 조직에 들어가고 라이벌 조직에 의해 아버지가 살해 됐다고 믿는다. 마지막에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타나 아들에게 외친다. '해가 뜨기 전에 너는 이 총으로 네 애비의 머리를 뚫어야 한다. 네가 통과해야 할 최종 시험이지.'
아들은 울면서 방아쇠를 당긴다. 이번에 발간된 만화는 '원티드'의 편집 후기·등장 인물 소개와 삭제 장면을 부록으로 실어 흥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