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태반이 정력제로 쓰이고 있다. 동의보감에도 약효가 명시돼있다고 하여 암암리에 태반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태반 뿐만이 아니다. 한국 남자들은 유별나게 보양식을 밝힌다. 황소 개구리·불개미·해구신·도마뱀·지네술까지…. ‘몬도가네’가 따로없다. 목숨을 걸고 뱀독을 먹는 사람들까지 있다. 과연 정력보양식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충청도의 한 식당에서 우랑이라는 특이한 정력식을 팔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거 먹고 아들 두 명 낳어요. 최고입니다. 새벽까지 발동이 걸려서 와이프가 도망 다닙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음식. 도대체 우랑의 정체는 뭘까?
우랑은 황소의 성기다. 소의 성기는 황구신·해구신과 함께 손꼽히는 정력식 재료라고 한다. “보세요 우람하죠. 우랑은 펄펄 끓는 물속에서도 어떻게나 힘이 좋은지 삶다보면 벌떡 솟아요.”주인의 말이다.
한국인들이 정력식으로 믿는 것은 대부분 동물성이다. 30~40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물개, 교접시간이 75시간이나 되는 뱀 등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의문이 생긴다. 정력이 좋다는 물개나 뱀을 먹는다고 하여 과연 그 에너지가 그대로 사람에게 전달될까? 취재진은 최고 정력식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소리를 장복하는 사람을 만나봤다.
“오소리는 교미시간이 두 시간인데 하루에 3회씩 한다. 그걸 1주일을 계속한다. 뱀보다 더 정력이 세다. 한마리에 100만원이 넘는다.” 오소리 농장 사장이 설명한다. 오소리는 탕이나 구이로 많이 먹지만 쓸개가 더 인기가 높다. 일주일에 5일을 먹는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달에 한번 잠자리를 갖던 내가 일주일에 2번씩 한다.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거뜬하다.”
27년동안 뱀을 복용했다는 박모(47)씨도 만나봤다. “한 달에 두세 번 먹는다. 오장육부가 다 든든하다. 하룻밤에 7번은 거뜬하다.”그는 칠점사의 독을 손가락으로 찍어먹기도 했다.
해마다 고라니 멧돼지 등을 30년간 즐겼다는 정력식 마니아 김모씨의 건강상태를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체크했다. 정력이 뛰어나다는 판정 대신 같은 연령의 남성들보다 비뇨생식기 상태가 덜 나쁘다는 결론이 나왔다.
요즘엔 노봉밥이라고 말벌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도대체 정력식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사람의 태반이 정력재로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동시장을 탐문해봤으나 과거에는 판매되었지만 불법으로 간주되어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태반은 자하거라는 이름의 약재로 불리며 기력회복에 좋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태반을 취급한다는 사이트를 발견하고 연락했다. 자하거를 개당 4만 5000원에 판다는 응답이다. 계좌 입금하면 물건을 보내준다고 설명한다. 가루로 만들어 녹용과 꿀을 섞어 환으로 먹는다고 한다. 주문한지 이틀 후 택배를 통해 인태반이 도착했다. 연한 살색, 틀에 넣어 건조된 듯한 원형의 물건. 과연 이것이 진짜 인태반일까?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가공의 흔적이 보인다. 정확하게 판정 내리기 어렵다. 가짜일 확률도 높고 진짜라고 하더라도 바이러스 감염이나 오염의 위험성이 있다.” 한마디로 함부로 먹다간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정력이 뭐길래 태반까지 먹으려 하는 걸까. 그렇다고 한국남성들의 정력이 월등한 것도 아니다. 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운동과 긍정적인 생각이 전문가들이 권하는 최고의 정력제다.
김형빈 기자 [rjaej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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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정력 보양식, 정말 효과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