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벌어진 ‘선진강군! 한마음대축제 하이원 2008 군대스리가’ 육군 결승전에선 ‘행운의 여신’이 1사단을 찾았다. 1사단은 육군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6경기를 모두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서 승리를 거두었다. 또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4경기나 치르고서도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지 않았다.
■승리를 부르는 유니폼 경쟁
육군 결승 그라운드에 선 1사단과 22사단은 모두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는 빨간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하지만 두 팀은 파란색을 입어야 할 나름대로의 이유를 지녀 양보할 수 없었다.
먼저 22사단은 불과 몇시간 전에 치러진 준결승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기 때문에 젖은 유니폼을 벗고 대신 바짝 마른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 1사단은 결승까지 치러진 5경기에서 모두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빨간색을 입는 것은 패배의 징크스를 안을 처지인 셈.
오죽하면 오전에 입고 뛴 파란색 유니폼을 빨아서 탈수기에 말려 입고 나올 정도였다. 문형규 원사는 “파란색은 북녘의 푸른 하늘까지 날 수 있기를 바라는 천하제일 1사단의 색이다”고 까지 말했다.
유니폼 색깔 신경전은 결국 동전던지기로 결정됐다. 이때 행운의 여신은 1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번도 진 적 없는 승부차기
결승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우승을 가르기 위해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1사단 선수들은 마음 속으로 이미 승리를 예감했다. 3군 사령부 예선 3경기를 모두 승부차기 끝에 이겼기 때문이다. 골키퍼인 김철홍 병장은 “승부차기는 자신 있었다. 경기가 조금씩 밀리는 것 같아서 승부차기까지 가기 위해 일부러 느슨한 플레이를 하곤 했다”고 밝혔다. 김 병장은 22사단의 세번째 선수가 킥을 실수하자 1사단 네번째 선수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1사단이 4-2로 승리했다.
김 병장은 상대팀 선수가 페널티킥을 준비하는 동안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손을 들었다 놓았다 어지러운 동작을 취했다. 김 병장은 “이게 다 심리적으로 상대선수를 불안하게 만드는 작전이다”고 밝혔다.
■자율축구와 조직축구의 대결
결승 시작전 출사표는 두 팀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냈다. 1사단의 문 원사는 “우리는 자율축구다. 선수들이 즐기면서 축구를 하도록 했다. 다소 조직력이 약한 게 약점이었지만 서로 믿고 하다보니 어느새 강팀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3군 우승 이후엔 결승까지 지역 조기축구연합회와의 연습경기 등을 통해 실력을 쌓아왔다.
반면 22사단은 조직력 강화에 힘썼다. 감독을 맡은 김준식 중령은 “팀워크를 다지는 훈련에 집중했다. 이와 함께 인근 모래사장에서 뛰는 등 체력을 키우는데도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더운 여름날씨엔 체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훈련과정을 설명했다.
자율축구와 조직축구의 대결은 결국 자율축구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 사진 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