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가도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이중 청평댐을 따라 이어지는 391번 지방도로는 머리 위에 하나, 호수 속에 비치는 다른 하나 등 두 개의 짙푸른 하늘과 그 사이에 두 개의 산을 품고 이어져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불린다. 워낙 풍광이 뛰어난 까닭에 어디에 건물을 세우든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 또는 카페에 잘 어울린다.
특히 최근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쁘띠 프랑스’가 들어서 눈길을 끈다. 청평호반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에 자리한 작은 프랑스 문화마을로 내부에서 바깥 세상을 보면 마치 지중해 연안의 어느 마을이나 알프스 산록의 전원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줘 드라이브의 재미를 한껏 북돋워준다.
청평호반 드라이브는 청평댐에서 남이섬 선착장까지 약 30㎞ 구간이다. 어디에서 출발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남이섬 선착장에서 남쪽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청평호반, 산 정상에 들어선 호수인 호명호를 돌아보고 쁘띠 프랑스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을 것 같다.
여정에는 눈을 확 잡아 끄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 그래도 녹색과 푸른색의 조화는 도시 생활에서 보기 어려운 기억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착장 주차장을 관통하면 호숫가를 따라 구불구불 길이 이어진다. 멀리 왼쪽으로 길게 드러누운 남이섬이 따라온다. 그 사이에는 코발트 색깔로 반짝이는 호숫물이 늦여름의 정취를 더해준다. 이어 호수는 마치 길과 숨바꼭질하듯 숲 사이로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선착장에서 약 15㎞끔 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청평양수발전소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 길은 호명산을 관통해 경춘국도로 이어진다. 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까닭에 구절양장, 급커브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간간이 짙은 수풀 사이로 보이는 청평호반의 한가로움이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고갯마루를 넘어 조금 더 가면 호명호로 가는 입구를 만난다. 호명호는 호명산(630m) 정상에 있는 인공호수로 청평양수발전소 터빈을 돌리기 위해 1980년 완공했다. 입구에서 자동차로 약 5분이면 닿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셔틀버스만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1.6㎞ 둘레의 호숫가를 산책하거나 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
호명호를 나서 다시 청평호반으로 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 호명산을 넘어야 한다. 호숫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청평댐 방면이다. 이곳에서 약 5㎞ 정도 더 가다 언덕을 넘어 돌아서면 붉은 기와로 뒤덮인 작은 마을이 호명산 기슭에 자태를 드러낸다. 프랑스 문화마을 쁘띠 프랑스(www.petite-france.co.kr)다.
문화마을이라 하면 예술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은 다르다. 약 42만 9000㎡(약 13만 평)의 부지에 건물 21개 동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일반인이 숙박하거나 머물면서 프랑스 문화를 접하는 공간이다.
‘쁘띠’란 ‘작은’ ‘귀여운’이란 뜻의 프랑스어. ‘꽃과 별, 어린왕자를 주제로 건축된 쁘띠 프랑스는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 분위기를 살렸다. 내부에는 숙박이 가능한 건물을 비롯해 갤러리·식당·허브&아로마숍·생떽쥐베리 기념관·오르골하우스 등 프랑스에서나 볼 수 있는 시설로 채워져 있다.
멀리서 봤을 때와 달리 입구를 통과하면 프랑스 분위기의 건물들이 시야를 꽉 채운다. 건물들은 마임이나 음악회에 어울리는 작은 야외 원형무대를 중심으로 반원형을 이루고 있다.
가장 먼저 들러볼 곳은 원형무대 바로 앞에 자리한 갤러리. 개장을 맞아 프랑스의 상징인 닭과 관련된 모형, 그림, 캐릭터 외에 각종 인쇄물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그 왼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다른 건물과 달리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건물이 마중한다. 가까이 다가서니 기둥, 기와, 창틀, 출입문 등에서 오랜 연륜이 묻어나온다. 실제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구입, 한국으로 옮겨와 그대로 재현한 150년 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내부에는 100년~250년 된 의자부터 실제 사용했던 철제 욕조, 자명종, 소파 등이 전시돼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오르골하우스에 들어서면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자명금이라고도 불리는 오르골은 태엽을 감았다 풀면 내부 기계의 조작을 통해 금속판을 튕기면서 음악소리를 내도록 고안된 완구형 악기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현지에서 수집한 대형 오르골 3대가 시간에 맞춰 다양한 연주를 들려준다. 오르골하우스 옆에는 생떽쥐베리 기념관이 자리한다. 3층으로 이뤄진 내부에는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기록이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쁘띠 프랑스에는 2인실부터 12인실까지 다양한 구조의 객실 34개 외에 다목적홀·소극장·세미나실 등도 갖춰져 있다. 입장료 5000원(어린이 3000원). 031-584-8200.
▲가는 길=경춘가도를 이용할 경우 대성리유원지를 지나 청평 방면으로 가다 청평댐삼거리에서 우회전, 호반 도로를 타고 약 10㎞ 더 달리면 왼쪽 언덕 위에 들어선 쁘띠 프랑스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