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오는 15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을 갖는다. 북한과의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 한국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UAE전에 임한다.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에 2패를 당한 UAE는 한국이 속한 조에서 최약체로 꼽힌다. 더구나 최근 사령탑이 바뀌고, 주전 스트라이커 칼릴이 동료를 저주했다는 혐의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처럼 휘청거리는 UAE를 홈에서 반드시 대파해야 한다.
'필승'을 선언한 허정무 감독이 어떤 전술로 UAE를 맞이할 것인지 맥을 짚어볼 수 있는 위치는 왼쪽 풀백이다.
왼쪽 풀백에는 이영표(32·도르트문트)·김동진(26·제니트)·김치우(25·FC서울) 등이 포진해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어, 누구를 쓰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영표는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센추리 클럽 가입을 3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그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벤치 멤버로 전락한 이후에 급격히 떨어졌던 경기력을 도르트문트 이적 후 출장 시간을 늘려가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영표는 공격력에 있어서 다른 두 명의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헛다리 짚기로 상대를 농락하며 왼쪽 공간을 시원하게 돌파해서 경기에 활력을 풀곤 했지만 이젠 옛말이 되버렸다.
김동진은 공격력과 수비력을 두루 갖췄다. 184cm의 장신으로 체격 조건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미드필드에서 벼락처럼 때리는 중거리슈팅도 위력적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제니트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허 감독은 경우에 따라 김동진을 중앙 수비로 돌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곽태휘·강민수·조용형·김진규··이정수 등 무려 5명이 포진하고 있다.
김치우는 세 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 지난달 북한전에서는 조재진·최성국과 함께 최전방 스리톱으로 활약했다. FC 서울에서도 이청용과 함께 측면 미드필더로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오범석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왼쪽 풀백에서 김치우와 김동진의 활약이 두드러질 경우, 이영표가 오른쪽 풀백 자리를 넘볼 수도 있다. 원래 오른발잡이인 이영표는 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서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으며, 대표팀에서도 왼쪽과 오른쪽 자리를 오갔다.
한국은 UAE전에 앞서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으로 전력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