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남녀가 나쁜 궁합 탓에 고민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첨단 과학시대에 케케묵은 궁합을 신봉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우습다.
그러나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가 재혼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65%(남자 120명, 여자 140명)가 궁합을 가장 먼저 알고 싶다고 대답했다. 좋지 않으면 재혼을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응답이 52%에 달했다. 한국인의 상당수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언정 궁합을 믿는다는 이야기다.
생년·월·일·시 4가지 중 띠와 월을 가지고 집안, 가문 등 대외관계가 원만한가를 따져보는 것이 겉 궁합이며, 태어난 일과 시를 가지고 부부간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이 속 궁합이다.
“제일 먼저 음양을 보고 다음에 성격을 본다. 마지막으로 부부간의 잠자리를 살핀다.” 역술가의 설명이다.
본래 속 궁합은 성격·기질·건강·성생활 등 내면적인 부분을 총칭하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속 궁합이 안 맞아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한 주부를 만나봤다.
박성자(35·가명)씨는 결혼 8년 차 주부다. 결혼 전에 그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궁합을 봤다. “성격상 좀 힘들거라는 말이 나왔다.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좀 망설이기도 했지만 남편이 내게 헌신적이라 결혼했다.” 현재 그녀의 결혼생활은 어떨까.
“남편이 잘해준다. 그러나 사소한 말다툼이라도 있을라치면 예전의 일까지 끄집어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집요하게 잔소리한다. 여자는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사고방식도 참기 힘들다.” 역술가는 이들의 궁합을 보고 “남편은 부인 덕이 있지만 부인은 남편 덕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궁합도 있다고 한다. 김숙자(30·가명)씨는 오빠부부의 궁합이 좋지 않아 가족에게 불길한 일이 생기는 것 같다며 고민했다. “오빠가 결혼하던 날 아버지가 굉장히 아프셨다. 결국 어처구니없게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다. 인터넷 사주 사이트에서 오빠부부의 궁합을 봤는데 가정에 환자나 화를 입는 사람이 발생한다는 ‘상문조객살’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남동생의 궁합에도 ‘상문조객살’이 있었다. 동생이 결혼을 결심한 후 김씨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병환을 얻은 다음부터는 근심이 더욱 깊어졌다. 역술가에게 사주를 의뢰해봤다. “상문과 조객은 태세를 기준으로 본다. 상문조객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생사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속궁합을 통하여 배우자의 섹스 스타일과 오르가즘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둔 한 모씨 커플의 사주를 역술가들에게 보여줬다. “남자는 갑오일주를 가지고 있다. 정력이 세서 여자가 붙는 사주다. 여자 사주는 이밀주다. 색이 무지하게 강하다. 두 사람은 잠자리는 끝내주지만 너무 세기 때문에 부부운명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역술가는 다르게 설명한다. “100점 만점에 80점인 닭살커플이다. 궁합상으로 문제가 없다. 과일 담을 바구니만 필요한 사주다.”
하나의 사주에서 두 가지 다른 풀이가 나왔다. 한씨는 “궁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므로 신경 안 쓴다”고 했다. “결혼 전에 재미로 보는 것 아닌가. 안 좋게 나오면 갈등을 많이 하게 된다. 그냥 궁합 안보고 사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100점짜리 속 궁합은 매우 드물다. 7할의 운명과 3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속 궁합. 노력의 비율을 높일수록 운명의 비율이 낮아지는 게 아닐까. 부부관계에 있어 속 궁합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기획취재팀
※기사관련 TV프로그램인 중앙방송 Q채널 ‘천일야화’의 ‘속궁합-당신은 통하였습니까’편이 오늘 밤 12시에 방영됩니다. (19세 미만 청소년은 시청할 수 없습니다)
●취재후기
궁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결혼 전에 꼭 한번은 봐야 할 일 중에 하나였다. 결과가 좋으면 좋고 아니면 무시하면 된다고 하지만, 살다가 살다가 정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결혼 전 보았던 궁합이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궁합에 관한 아이템을 진행하면서 제작진에게 연락을 준 분들 대부분이 지금의 부부사이의 불만사항이 궁합에 나와 있는지 궁금해 했다.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궁합을 보러 온 사례자들은 처음에는 잘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부부 간의 관계도나 문제점들을 하나 둘씩 짚어주자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역술인들은 생시로 풀이만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부부의 각자 성격과 맞지 않는 점, 또 맞춰가야 할 점 등을 쏙쏙 맞추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게다가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적 요인같은 겉 궁합 외에도 부부의 잠자리 궁합인 속 궁합도 볼 수 있었는데 역술인의 풀이를 하나하나 듣던 사례자들이 무릎을 치고 폭소를 터뜨리며 반응하는 것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혼 사유의 약 50%정도가 ‘성격차’(부부 성생활 불만족) 즉, 속 궁합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추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다.
찰떡궁합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쁜 궁합이라고 해도 정신적 신체적인 문제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궁합의 맞고 틀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강지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