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27일 인천 문학구장. 등판 준비를 하던 두산 선발 김선우의 모자창 안쪽과 양 스파이크에는 '천상운집'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천상운집(千祥雲集)은 '좋은 일들이 구름처럼 몰려 온다'는 뜻.
"제가 원래 미신이나 징크스 같은 것은 안 믿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이렇게까지 하네요."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을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김선우는 플레이오프 1··4차전 선발로 등판했으나 나란히 3회를 넘기지 못하고 조기 강판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라고 여긴 천상운집을 적어놓은 것은 4차전이 끝난 뒤였다.
그러나 정작 김선우에게 힘을 주는 것은 따로 있다. 성훈(4)과 정훈(2), 바로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다. 두 아들 모두 미국 생활 때 얻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자신의 꿈과 맞물려 있던 시기라 아빠 노릇을 잘 해주지 못한 게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두산의 40억원 배팅을 거절했던 김선우가 올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은 것은 "이제는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충실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큰아들 성훈이는 아버지가 야구 선수인 것을 알 정도로 자랐다. "어제(26일) 밤에도 통화를 했는데 '아빠 화이팅'이라고 하더라고요." 김선우는 2-2이던 5회 3루 실책을 빌미로 역전 점수를 허용했지만 4이닝 3실점(2자책)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비교적 안정된 피칭을 펼쳤다. 다음 등판 때는 5회 이상 투구를 펼치는 게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일 듯하다.
인천=정회훈 기자[hoo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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