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명가재건을 위해 77년생 '친구'들이 뭉쳤다. KIA 포수 김상훈과 투수 서재응(이상 31)이 그 주인공이다.
광주일고 동기생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김상훈과 서재응은 시즌 후 각각 팀의 주장과 투수조장의 '중책'을 맡았다. 자신의 몸 하나만 책임지면 되는 예전과는 다르다. 팀을 더 생각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둘의 '리더십'은 최근 끝난 남해 마무리캠프에서 입증됐다. 김상훈은 지난 11월 1일 캠프 훈련 합류 첫날 후배들을 모아놓고 "팀을 위해 희생을 하자"고 주문했다. 그가 말한 희생이란 독한 훈련을 이겨내는 것.
김상훈은 "우리 팀이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강팀이 되기 위해선 개인이 먼저 강해져야 한다"며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을 솔선수범해 소화했다. "하루 700~800개의 공을 쳤다"고 했으니, 휴식을 제외하더라도 얼추 1만 5000번의 공을 때려낸 셈이다. 말하자면 실천하는 리더십.
서재응은 분위기 메이커다. 워낙 자유로운 성격이라 젊은 투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 캠프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김상훈은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재응이가 나서 젊은 후배들을 재밌게 이끌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올 시즌이 아쉬웠던 둘에겐 오프 시즌 동안 내년 준비만으로도 벅차다. 2007시즌 중반부터 배터리코치로 부임한 조범현 감독에게 집중 조련을 받았던 김상훈은 4월 10일 SK전에서 왼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고 3개월 이상을 허송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서재응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햄스트링을 시작으로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면서 재활군을 오간 뒤 지난 9월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그러나 이제 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가 되면서 불어난 책임감을 달게 받아들였다.
둘의 내년 목표는 당연히 V10. 김상훈은 "내년에는 올 시즌의 아쉬움까지 한꺼번에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응은 "나만 잘 던진다면 우리 팀은 내년에라도 당장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이다. 해태에서 KIA로 바뀐 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타이거즈에 우승컵을 안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완장'을 찬 이들을 한 달간 지켜본 조범현 감독은 "김상훈과 서재응이 선수단의 리더로서 잘 해나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의욕도 많이 보이고,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