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리조트들이 제철을 만났다. 지난 주말 갑자기 찾아든 맹추위가 시즌을 한걸음 앞당겨준 덕분이다. 눈을 만들어내는 제설기는 밤을 새워가며 세상을 온통 흰색으로 만들고 있다. 초·중급용은 물론 이달 중순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봤던 주요 슬로프도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모든 슬로프에서 즐기는 그랜드 오픈은 아니지만 명실상부한 스키·스노보드 시즌의 시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기다.
더욱이 올 시즌에는 수도권에 광주 곤지암리조트, 강원권에 태백 오투(O2)리조트가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어서 마니아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예정이다. 각 스키장이 자랑하는 슬로프를 소개한다.
휘닉스파크(www.phoenixpark.co.kr)-파노라마 21개 슬로프 가운데 하나를 줄여 눈썰매장으로 활용하는 결단을 보였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지 못하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위한 배려다.
나머지 20개의 슬로프중 지난 주말까지 8개의 슬로프를 오픈했다. 이중 매 시즌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슬로프가 파노라마다. 해발 1080m의 몽블랑 정상에서 북쪽 태기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중간 휴게소까지 연결되는 슬로프는 총 길이만도 2.4㎞에 이른다. 게다가 경사도 완만해 'V'자 코스를 마스터한 초보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활강에 자신이 붙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자칫 다른 동호인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스를 출발하는 곤돌라를 이용해 몽블랑 정상에 내려서면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슬로프를 만난다. 어느 스키리조트와 마찬가지로 출발 지점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슬로프 폭이 워낙 넓어 넘어지더라도 충돌 위험은 별로 없다.
완만한 능선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리조트의 절반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경사는 초반보다 약간 가파르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슬로프 끝에 이르면 챔피언슬로프와 함께 연결되는 콘돌 리프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이용해 몇 차례 왕복하면서 기량을 익힌 다음 좀 더 상급 슬로프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이원리조트(www.high1.co.kr)-제우스2, 헤라1, 2 규모면에서 용평리조트·무주리조트에 이어 국내에서 세번째로 큰 스키리조트다. 슬로프 면적만 94만 7000여㎡이며 최대 표고차가 600m나 된다. 18면의 슬로프는 마운틴톱과 밸리톱 등 두 개의 봉우리에서 각각 출발하는데, 다양한 슬로프 선택이 가능한 마운틴톱이 인기다. 이중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제우스2와 헤라1, 2 슬로프에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
제우스2는 평균 경사도가 7.5도에 불과한데다 베이스까지 평탄하면서도 완만한 활강을 이어갈 수 있어 마운틴탑에서 출발할 때 만들어지는 병목 코스만 조심한다면 초보자들에게 적당하다. 반면 헤라1, 2 슬로프는 중급자용이다. 평균 경사도가 14~17도, 최대 24도로 상급자로 올라가는 중상급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곤돌라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2832m로 국내에서 가장 긴 곤돌라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데, 발 아래 펼쳐지는 스키장 전경이 장관이다. 중간 허브에서 내려도 되는데, 정상까지 소요시간만도 10분 이상이다.
대명비발디파크(www.daemyungresort.com)-블루스·재즈 블루스슬로프는 그야말로 완전 초보자용이다. 고개를 넘어 리조트에 들어설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슬로프이다. 리프트와 스키어들의 모습이 아니라면 영락없이 눈썰매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5도에 불과한 슬로프 경사는 가만히 서 있으면 앞으로 잘 나가지 않을 지경이다. 다른 슬로프와 독립돼 있어 중·상급자와 충돌할 위험도 없다.
정상에서 출발하는 재즈슬로프는 리조트에서 가장 길다. 경사가 14도 내외로 중급자 스키어나 스노보더에게 어울린다. 정상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슬로프의 시작이다. 비교적 완만한데다 폭이 넓어 처음 도전할지라도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일자로 쭉 뻗은 슬로프는 중간 지점에서 왼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바꾸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지나면 슬로프는 다시 운동장처럼 넓어진다. 작은 언덕을 지나면 리조트의 콘도미니엄 건물군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시야가 학 트인다.
현대성우리조트(www.hdsungwoo.co.kr)-하프파이프 2009년 국제스키연맹(FIS)이 주관하는 2009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무대다. 길이 180m, 폭 17m, 높이 6m, 경사 16.5도로 세계 대회를 치러도 손색없는 규모다. 올 시즌 국내에서 운영되는 하프파이프 가운데 가장 큰 시설이기도 하다. 여기에 베이스 정면에 자리해 접근이 쉬울 뿐 아니라 콘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전용 보드워크를 만들어 안전까지 확보했다. 200m 길이의 보드워크는 시간당 1400명까지 실어나른다.
브라보1슬로프는 스노보더의 천국으로 불린다. 1112m 길이에 16.4도로 중급자용이다. 리프트에서 내리면 만나는 목재 건물은 보더스라운지로 보더들의 아지트로 쓰인다. 브라보1슬로프가 스노보더에 높은 인기를 누리는 또다른 이유는 슬로프 외에 한켠에 마련된 펀파크 때문이다. 이곳에는 S레일을 비롯해 시소·하우스레일·미니버스 등 다양한 기물이 설치돼 있다.
무주리조트(www.mujuresort.co.kr)-야마가 20년 역사의 리조트에서 가장 전통을 자랑하는 슬로프다. 야마가는 무주리조트를 설계할 당시 컨설팅에 도움을 준 일본 루스츠리조트의 최고 경영자를 기념해 그의 이름을 따 만든 것이다. 1997년 동계U대회를 위해 개발한 설천봉 코스와 달리 만선베이스와 연결된 슬로프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평균 경사 26도의 상급자용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난이도의 코스가 적절히 분배돼 중급에서 상급으로 도약하려는 동호인들이 도전의식을 갖기에 충분하다. 용평리조트의 실버스로프처럼 출발 지점은 조금 가파른 편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곳만 지나면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카빙이나 다양한 턴을 연습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슬로프가 동쪽을 향하는 까닭에 해질 무력 그늘이 지면 슬로프가 약간 굳고 굴곡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용평리조트(www.yongpyong.co.kr)-골드 스키·스노보드 마니아 사이에선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는 슬로프다. 모두 3개 면으로 구성됐는데, 각기 초·중·상급자에 어울리도록 레이아웃돼 있다. 초보는 골드 파라다이스, 중급은 골드 판타스틱, 상급은 골드 밸리 슬로프를 이용하면 된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슬로프는 골드 밸리다.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까닭에 심리적 부담이 적다. 초반 출발 지역을 벗어나면 비교적 완만한 데다 직선 구간이 대부분이다. 다만 그늘이 많아 지형을 살피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