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유수의 경마대회를 석권한 뒤 은퇴한 경주마.
최첨단의 운송 수단과 가장 고전적인 운송 수단을 대표하는 둘 중 어느 것 더 가치가 있을까. 결론부터 꺼내면 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비싸다. 물론 스포츠카는 언제든 추가 생산이 가능한 반면 경주마는 하나밖에 없는 생명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경마 산업'의 메카니즘도 크게 작용한다.
▲세계 최고가의 스포츠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는 이탈리아 부가티사의 베이론(Bugatti Veyron)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1년에 50대씩, 모두 300대만 판매하는 럭셔리 슈퍼카로 기본가는 약 15억 원이지만 모델의 희소성으로 인해 경매 가격은 약 30억~4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06년 경매에 나온 역사적인 첫 출고차량은 206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8000cc 엔진을 장착했으며, 1001마력에 이르는 최대 출력과 정지 상태에서 2.5초만에 100㎞에 도달하는 순발력을 자랑한다.
최고 시속 407km로 가장 빠른차 1위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대가 수입됐는데 세금 등을 포함하면 실 거래액은 40억 원이 넘는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 유명 디자이너 랄프 로렌 등이 고객이며, 듀크 김석민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한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가의 경주마
빅 브라운은 지난 11월 5000만달러(약 600억원)에 씨수말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978년 이후 맥이 끊긴 '트리플 크라운(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벨몬트 스테익스 3개 경주를 모두 우승하는 마필)' 후보로 기대를 모은 빅 브라운은 마지막 관문인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우승에 실패했다.
이 정도의 금액은 상금과 교배로를 잘 아는 경마관계자에게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통산 상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마필은 처음으로 1000만 달러를 돌파한 컬린(Curlin)이다. 이전 기록은 시가(Cigar)의 999만달러.
마필의 전성기가 3~5세까지로 약 3년동안 최전성기를 누려야 1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두바이 월드컵, 브리더스컵, 멜버른컵 등 세계 주요 경마대회의 우승 상금은 300만~500만 달러다.
▲씨수말 스톰캣의 가치는 2억달러
가장 비싼 말은 현역에서 뛰는 경주마가 아니라 은퇴한 씨수말이다. 혈통이 중요한 경마에서 뛰어난 2세를 낳을 수 있는 마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세계 경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마필은 캐나다산 ‘노던 댄서(Northern Dancer)’이다. 한때 '노던댄서의 정액 1㏄가 다이아몬드 1캐럿보다 비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배료가 엄청났다.
근래 들어 최고의 교배료를 기록한 마필은 노던 댄서의 증손자인 스톰 캣(Storm Cat)이다. 1회 공식 교배료가 50만달러를 기록했고, 무려 5년동안 최고 교배료의 명성을 이어갔다.
1년에 최대 100번 교배할 경우 연간 수입이 약 5000만 달러에 달한다. 당연히 몸값은 그 이상이다. 박승완 한국마사회 과장은 "마필의 몸값을 일률적으로 매기기는 어렵지만 공식 교배료에 300~400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톰캣의 몸값을 굳이 매기자면 약 1억 5000만달러에서 2억달러 정도 될 것이다. 과거에는 교배료에 200배 정도였지만 의술 발달로 임신을 시킬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교배횟수도 늘어나기에 몸값이 더 뛰었다"고 설명했다.
스톰캣은 켄터키주의 오버브룩 목장이 소유하고 있는데 최근 고령으로 임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스톰캣의 뒤를 이을 최고의 종마로는 'A.P.인디'와 '디스토티드 휴머' '딥 임팩트'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의 공식 교배료는 약 30만 달러 가량이다. 몸값을 추정하면 약 1억달러다.
박수성 기자 [mercur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