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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마약’ 아이도저, 약일까 음악일까
인위적인 뇌파 조절로 실제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귀로 듣는 ‘사이버 마약’은 약일까, 음악일까.
지난 19일 한 국내 인터넷 사이트는 항불안성·항우울성·마약성·진정제·성적흥분 등 모두 10개 부문으로 나눠 일명 ‘아이도저’로 불리는 MP3 파일을 제공해 이슈로 떠올랐다.(현재 사이트는 닫힘) 사이트 측은 "수많은 임상실험을 통과해 매우 안전하다”며 “해외에서 몇 십 달러에 판매 중이고, 뇌파를 조절해 실제 마약류의 10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시간만 가상체험 상태가 유지돼 중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이도저는 파일 형태로 돼 있어 컴퓨터·휴대폰·아이팟 등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 파일의 특성상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기 불황에 따른 스트레스 확산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네티즌은 “코카인을 이용하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사이버 마약을 접한 후 30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함을 만끽했다”며 체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터넷 파일로 제공되는 측면에서 보면 아이도저는 분명히 귀로 듣는 음악이다. 인위적인 뇌파 조절을 통한 학습효과 향상을 추구하는 뇌파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사이버 마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알파 파장과 긴장·흥분 등의 효과를 내는 베타파 등 주파수의 특성을 이용해 환각 상태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마약성 부문에서는 코카인·헤로인·마리화나 등 모두 28가지의 마약을 느낄 수 있는 파일이 제공된다.
이 음악의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더욱이 뇌파를 이용한 환각작용이라는 것이 현 기술로는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고, 사이버 마약에 대한 명시적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노린 게 아닌가는 의견이 나온다. 플라시보라는 독도 약도 아닌, 약리학적으로 비활성인 우유나 식염수 같은 약품을 환자에게 주어 유익한 작용을 나타낸 경우가 플라시보 효과다. 즉, “의약품이다”라고 생각하면 약이 되고, “노래다”라고 생각하면 멜로디가 된다는 뜻이다. 자기암시 효과 때문에 환각 작용과 비슷한 상태에 몰입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사이버마약이 인터넷 중독과 비슷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문제는 환각 작용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확인되었을 때다.
그 형태가 전자적 무체물이라고 하더라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이 관리해야 할지, 아니면 전기통신법으로 규제해야 할지 해법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에서도 아이도저가 적발됐지만 마약 성분과 달리 주파수 파장을 이용하는 만큼 위법성 입증이 쉽지 않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박명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