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식당에서 배 두드리며 나오는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또 운전기사도 아닌 것 같은데 기사식당으로 들어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굳이 기사식당을 가는 이유를. 그랬더니 양쪽 모두 "값이 싸서"란 답이 가장 많았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게다. 생각외로 다른 장점도 무척 많았다. 하나하나 들어보자.
○…싸고 맛있다. 임금 삭감이나 동결 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상황인데도 점심 한끼를 먹으려면 5000원은 들어간다. 그 값인데도 훨씬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개인택시 모범운전자 전권일씨)
○…10분안에 나온다. 찌개가 됐건, 고기가 됐건, 돌솥밥이 됐건, 주문하면 늦어도 10분안에 손님 앞에 한상 차려진다. 이것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서울 북아현동에 사는 자가운전자 차만수씨)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진 기사들을 상대로 십수년씩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맛 검증을 통과했다는 말이다. 밥은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어 더 좋다. (기획마케팅사 프로듀서 김인호씨)
○…식사 시간을 놓쳤을 때 정말 고마운 곳이다. 시간에 상관없이 들어가 나홀로 편안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홍보대행사 대표 박준선씨)
○…1인분만 파는 식당이 거의 없다. 특히 고기메뉴인 경우는 더 심하다. 이럴 때 기사 식당에 가면 전혀 눈치 볼 필요없이 떳떳하게 먹을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사는 직장인 배광배씨)
○…주차 걱정이 없어서 최고다. 일반 식당에 잘못 들어가면 주차요금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서울 반포동에 사는 자가운전자 김인순씨)
○…자동판매기 커피이긴 해도 무료로 마시며, 한동안 다른 기사들과 이런저런 세상사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푸근한 마음을 느끼고 나올 때도 많다.(법인택시운전자 유용승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