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 진출의 위업을 이룬 한국 야구대표팀의 승승장구에 힘입어 어린이 야구단 열기가 치솟고 있다. 주말마다 전국의 리틀야구장에는 각 지역별 야구 경기가 펼쳐져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송승주의 꿈 지난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건너편 동국대 정문 쪽에 자리한 장충리틀야구장에서는 친선경기가 열렸다. 송승주(13·경원중 1)군이 속한 장충팀은 양주팀을 5-1, 강남팀을 6-5로 이겼다. 각각 2회씩 투수로 나선 송군은 경기 후 "WBC 때 김태균 선수가 홈런 친 것, 봉중근 선수가 잘 던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송군은 리틀야구를 하면서 키가 10센티(163cm)나 자랐다. 전체 30명 중 중학생(10명)뿐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12명), 5학년(5명) 후배들과도 친해졌다. 밥도 잘 먹고 편식도 사라졌다.
직장팀에서 투수로 뛰는 아빠(송진호·41·MS 이사)와도 집에서 스윙과 캐치볼·스트레칭을 같이 한다. 하루에 50개씩 팔굽혀펴기도 거뜬하다. 송군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 리틀야구단을 떠나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간다. 리틀야구단은 초등 4학년에서 중 1까지만 할 수 있어서다.
리틀야구단 창단 붐 미래의 봉중근·김태균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국 70개 시·군·구에서 리틀야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재작년 24팀, 지난해 56팀에서 올해 14개 팀이 더 늘었다. 이는 지난해 야구대표팀의 올림픽 우승과 무관치 않다.
현재 서울지역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리틀야구단은 14개이지만 한국 대표팀의 결승진출에 따른 이른바 'WBC 효과'로 야구단을 만드는 자치구와 단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중구는 지난해 창단한 ‘중구 리틀야구단’에 운동용품 구입비와 운동장 사용료 등 4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마포·서대문·은평 등 서울 서부지역 학생들로 구성된 ‘서부리틀야구단’은 ‘마포구 리틀야구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19일 창단식을 열었다.
이에 따라 리틀야구단 가입문의도 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유소년 축구클럽 가입 붐이 일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리틀야구단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리틀야구연맹에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도 지금부터 야구를 시키면 봉중근처럼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유소년 야구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던 상황에서 올림픽 우승과 WBC 준우승은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런 가입문의를 무턱대고 환영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일본에 비해 리틀야구팀이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들이 마음놓고 야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 등 인프라 기반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강 둔치에는 축구장이 3개, 야구장은 1개도 없다. 리틀야구연맹 최주억 전무는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란다. 지자체마다 야구장과 리틀야구단을 만들어서 더욱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전무는 "용산 미 8군 내에는 천연잔디의 리틀야구장이 2개, 성인 야구장이 2개다. 미군기지가 이전되면 그 구장을 아이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는 매력적인 제안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