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수목극이 절대 강자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요즘 방송 3사 수목극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2중1약'.
SBS '시티홀'과 KBS2 '그저 바라보다가'(이하 '그바보')가 박빙의 차이로 선두 그룹을 유지하는 가운데 MBC '트리플'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방송된 '시티홀'과 '그바보'는 15.6%(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14.4%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초반 '시티홀'이 앞서갔지만 최근 맥빠진 전개로 둘다 고만고만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기대를 모은 '트리플'도 7.4%에 그쳤다.
황금 시간대 간판급 미니시리즈들이 왜 이렇게 맥을 못추는 걸까.
'시티홀'은 '파리의 연인' '온에어'를 만든 김은숙 작가·신우철 PD 조합에 차승원·김선아까지 기용, 큰 주목을 받았다. '그바보'도 황정민이라는 빅카드와 3년 만에 복귀한 김아중으로 군침을 삼키게 했다. 피겨 요정 김연아 열풍을 등에 업은 '트리플'은 '커피프린스 1호점' 제작진의 신작이란 점에서 20대 공략에 나섰다.
수목극이 이렇게 고전하는 이유는 '시티홀' 부진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시티홀'은 지방 말단 공무원 미래(김선아)가 시장에 도전하는 경쾌한 정치 드라마를 표방해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러브 라인을 형성, 미래의 정치적 후원자 조국(차승원)의 존재도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미래가 시장에 당선된 후부터 에너지가 반감됐다. 러브 라인 강화로 악역의 이미지가 상실된 조국의 캐릭터도 손질이 필요한 상태. 최근 몇 회째 '시티홀'은 우울한 사랑 놀음으로 변질돼 버렸다.
'그바보'도 일부 열성팬을 갖고 있지만 여실히 한계를 보여줬다. 초반부에 톱 스타와 순박한 우체국 말단 직원의 이색적인 사랑과 스피디한 전개가 비교적 재미있다는 평을 끌어냈지만 최근 느슨한 이야기 전개와 2% 부족한 연출력 등을 보였다.
황정민은 다소 어눌한 표정 연기로 일관하고 있고, 김아중의 연기도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두 주인공에게 좀더 섬세한 연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코믹한 분위기를 잘 살려 17일 방송에선 '시티홀'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