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67) SK 감독은 변화무쌍한 타순 짜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올해, 특히 11연승을 시작한 지난달 25일 이후에는 다르다.
이 11경기에서 SK는 1번 박재홍 - 2번 박재상- 3번 정근우- 4번 김재현- 5번 최정- 6번 박정권- 7번 나주환- 8번 정상호- 9번 김강민으로 짜여진 타순을 네 번이나 사용했다.
SK에서 첫 시즌인 2007년에 김 감독은 세 번 이상 같은 타순을 짠 적이 없다. 김 감독은 "최근엔 내가 타순을 짜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타순 작성을 맡은 쇼다 고조 타격 코치는 "아직 한국 선수들을 잘 몰라 감독과 상의한다"고 밝혔다.
새 타순의 핵심은 1번 박재홍과 3번 정근우다. 11연승 기간 동안 늘 1번은 박재홍, 3번은 정근우였다. 잘 치고 잘 달리는 정근우는 국가대표급 톱 타자다. 박재홍은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이지만 선수 생활 내내 중심 타선에서 활약했던 강타자다.
활약은 눈부시다. 1번 박재홍은 11경기에서 출루율 4할7푼5리를 기록했다. 1번 타자로는 이상적인 출루율이다. 출루율이 높으니 득점(9점)도 많다.
여기에 3홈런에 5타점까지 추가하며 '힘있는 1번 타자' 면모도 보이고 있다. 정근우는 같은 기간 9타점에 6득점을 올렸다. 타율은 3할7푼5리(40타수 15안타). 15안타 가운데 6개는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터져 나왔다.
정근우는 "최근 몸이 좋지 않지만 후반기 들어 득점권 타율이 좋아졌다. 그래서 3번 타순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뛰지 못하는 선수도 있는데 1번에 출전하는 것도 복"이라고 했다.
당초 쇼다 코치가 타순을 바꾼 이유는 중심 타선의 부진이었다. 쇼다 코치는 "중심 타자들이 주자를 3루에 두고도 내야 땅볼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Ɖ번 타자 정근우'가 키포인트였던 셈이다. 하지만 타순 변경은 박재홍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중심 타선에서 박재홍의 타율은 2할3푼에 그쳤다.
압력이 걸린 상황에서 나쁜 볼에 배트가 자주 나갔다는 게 쇼다 코치의 진단이다. 하지만 1번 박재홍의 출루율은 최고 수준이다. 박재홍은 출루율 상승에 대해 "1번이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기록이 좋아진 것 같다"며 "난 원래 선구안이 나쁜 타자가 아니었다"고 씩 웃었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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