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처럼 살려구요. 야구를 보다 눈물 찡한 적 있었어. 이만수 SK 코치가 삼성 시절 말년에 연봉이 대폭 깎였어. 나가라는 이야기지. 선수나 연예인이나 그 점은 똑 같아. 경기에 제대로 뛰지도 못했지. 그런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만수가 나왔어. 홈런을 치고 껑충껑충 뛰면서 가더라.
그 얇은 목소리로 얄밉게 소리도 지르면서. 느낌이 있었어. 나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야. 예전엔 난폭하기도 했지. 하지만 이만수를 보면서 나를 좀 낮추면서 오래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왔어. 1등은 아니더라도 나답게 내 역할을 하면서…. 송진우도 같은 느낌이지.
-사회자로선 어떤 마음가짐이야?
"둥글어지겠다는 생각. 예전엔 각이 큰 커브를 던지고 싶었는데 지금은 컨트롤이야. 여러 코스를 던질 수 있는 제구력."
-토크쇼하면 잘할 거 같아.
"45세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때까지 도박이나 원조교제 안 하면 가능할 것도 같아. 내가 야구 선수 안 하길 다행이라고 느끼는 게 그거야. 우린 오래 하거든."
-방송 징크스는.
"어렸을 땐 물을 안 먹었어. 물을 마시면 대사 처리가 잘 안 됐어. 설렁탕은 지금도 안 먹어. 썰렁해진다고. 녹화 전에 '할렐루야'를 한 번 크게 외치고 시작해. 종교에 심취한 사람은 아니지만 부모님과 아내가 독실한 신자거든. 그때 하는 기도가 있어. '내가 하는 말로 남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다리 아픈 사람, 말 못하는 사람 흉내낼 때 그런 이들 가족이나 친구가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차이는 어떤 거야.
"내 식으론 진행자일 때와 게스트일 때의 차이야. MC 볼 때 최고 기술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거야. 하지만 상대가 처음부터 떠들진 알아. 일단 나부터 벗어야 돼. 경험으론 아직 한국사회는 솔직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받아.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솔직해지려고 하지. 아, 추임새도 잘 넣어야 하고."
-개그맨 데뷔했잖아. 끝에도 코미디언으로 남을 거야?
"난 죽을 때 '꼴까닥' 하고 죽을 거야. 아내가 울다가 어이없어하며 웃겠지. 마지막까지 웃기고 싶어."
-정치코미디가 없는 이유는 뭘까.
"코미디언이 해야 할 일은 세 가지야. 정치, 문화, 섹스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거야. 정치코미디가 약한 데는 이유가 있어. 코미디언들의 능력이 떨어지고, 섣불리 했다간 두들겨 맞기 좋은 시대기도 하지. 그리고 인터넷이 더 독해. 김형곤 시대엔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하나…'고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더 신랄하고 재미있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건가.
"조갑제라는 분이 있잖아요. 나도 젊은 축이니까 그분 말씀에는 별로 동감을 안 했어. 그런데 그 분이 야구가 좋아서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했대. 그 점이 너무 재미있었어. 역시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어. 스포츠가 그래서 좋고. 다만 스포츠 협회장 뽑을 때 정치적으로 왔다갔다하는 건 보기 안 좋더라구."
-좋아하는 코미디언은.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야. 지난해 운좋게 한 번 모신 적이 있어. 그땐 아내랑 데이트할 때도 신경쓰지 않던 옷매무새도 여러 번 다듬었지. 시골 소년이 박찬호를 만나는 기분이었달까. 한국에선 전유성·최양락·서세원 세 분이 스승이야. 그 분들 좋은 점만 뽑아먹고 살자는 다짐을 하지."
-세 사람의 각각 좋은 점은 뭐야?
"야구로 치면 전유성 선배는 변화무쌍한 커브를 던져. 최양락 선배는 컨트롤이 섬세하지. 서세원 선배는 오버핸드에서 갑자기 언더핸드로 던질 수 있는 투수야."
-라이벌은 있나.
"어렸을 땐 찍어둔 목표는 있었지. '저 사람은 이겨야지' 하는. 나이가 차니 스스로에게 '너나 잘해, 임마'라고 하게 돼. 가족이 있으니 이젠 내가 돈이 필요해. 하지만 돈과 타협하면 나답지 않을 때가 있잖아. 그래서 밤무대를 아직 안 해. 뉴스를 보니 외고 교사가 학원 강사 뛰다 걸렸어. 그냥 보면 파렴치범이지만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가족이 아프다든지. 만일 그렇다면 자기와 얼마나 싸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많이 싸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