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재박 감독의 박용택 ‘타격왕 만들기’, 네티즌 ‘뭇매’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고, ‘타격왕’ 박용택은 제 망방이에 얻어맞고 끝없이 추락했다. 한국의 프로축구와 야구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처지가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페어플레이 정신과 감동에서 차이가 나서다.
부모 앞에서 결승 효도골 청용 감동
우선 이청용은 감동의 연속이다. 지난 7월 볼턴 원더러스 FC(잉글랜드)에 입단한 이청용은 지난 23일 첫 어시스트에 이어 27일 버밍엄과의 원정경기서 데뷔골을 작렬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팬들은 그가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터트린 환상적인 결승 효도골에 환호 일색이다.
“후반 9분 교체 투입돼 41분에 매튜 테일러가 찬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감각적인 발기술로 두 명 수비수를 단번에 제치고 골을 성공시킨 것은 하나의 예술”, “자신의 실수를 2분만에 설욕 그것도 오버랩으로 수비 1명과 골키퍼까지 재치고 정말 기분 좋았다”(ohhua2) “현지 언론에서 평점 8점을 받았다. 역시 블루 드래곤”이라며 박지성에 이어 새로운 프리미어리거 스타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청용에 대한 바람도 쏟아졌다. “첫골 축하하고 박지성만큼 꼭 성공하길 바란다”(fkekaldks) “박지성을 넘어 앙리나 베컴 정도의 골 결정력으로 인정 받기를 바란다”(doslrod62) “기술이 좋으니 앞으로 더욱 성장하여 월드컵 때 멋진 활약 부탁한다”(equalizer907)
타격왕 만들기 추태 김 감독도 뭇매
박용택은 본의 아니게 비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신 타격왕 명예는 날개없이 추락 중이다. 네티즌의 비난 글의 요점은 김재박 LG 감독의 '박용택 타격왕 만들기’는 추태라는 것. 당당함도 감동도 없다는 것.
27일 한국야구위원회와 각 포털 사이트 등 야구 코너에는 김 감독과 박용택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스포츠 정신은 정당당당함이 생명인데, 김 감독과 박용택은 바로 그것을 상실했다는 것. 한 네티즌은 "정정당당하게 붙고 타격왕을 가리기를 바랐는데, 팬들의 바람은 온데간데 없다"(강희룡)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박용택보다 김 감독에 대해 더 독한 소리를 냈다. 정상수씨는 "선수로서의 김재박은 여우였지만 감독으로서는 글렀다. 현대 시절 쟁쟁한 멤버들로 몇 번 우승했지만 타격왕 만들기는 참말로 추잡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서 박용택을 타격왕으로 밀어주기 위해 홍성흔을 고의성 볼넷으로 내보내고, 박용택을 타석에서 뺀 것 자체가 “야구팬을 모독한 행위”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롯데 팬으로 추정되는 부산갈매기는 "선의의 경쟁을 거쳐야 진정한 타격왕이다. 타율을 관리해준다고 경기에 내보내지도 않다니, 야구 팬을 모독하는 거다”고 맹비난했다.
안엽엽씨는 "박용택 타격왕 타이틀 철회하라. KBO측은 500만 관중을 넘었다는 한편의 자랑보다 팬들에게 이러한 짜증스러운 모습 보여주지 않도록 규정을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진정한 타격왕이 돼라" "박용택은 진정한 타격왕이다. 팬들의 비난에 기죽지 말고 더 분발하길 바란다" 격려의 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