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평소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타나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선수단을 모아 미팅도 실시했다.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하라"고 했다. 한 시즌 어렵게 해왔고 할 만큼 했으니 부담없이 하겠다는 의미.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리면 더욱 힘을 내는 팀 컬러와 관련해 질문하자 "오늘 이기면 재미있어질 것. 내일은 우리가 승산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벼랑 끝 초조함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졌다.
KIA측 더그아웃은 내색하지 않는다 했지만 약간 들뜬 분위기였다. 조범현 감독은 전날 감독 퇴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은 내가 해볼까"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도 있었다. 1회 이용규는 SK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는 틈을 노려 3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한 것도 너무 서두른 탓이다. 더그아웃에 있던 KIA 김종국은 나지완-정근우의 신경전에 너무 과잉반응을 보였다.
총력전을 하겠다던 SK는 채병용을 불펜으로 올렸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7차전 선발인 글로버를 제외하고 4차전 선발로 나왔던 채병용까지 모두 불펜 대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3-2 한 점차로 쫓긴 8회 2사 1·3루서 김상현 상대로 채병용을 올렸다. 채병용은 김상현 상대로 시즌 2타수 1안타, 4차전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강했다. 또한 채병용은 2008년 한국시리즈4~5차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경험이 있다. 김 감독 의도대로 채병용이 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SK는 고효준이 8회를 책임지지 못한데다 좌타자 최희섭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채병용까지 투입하며 불펜 소모가 컸다.
KIA의 'CK포' 중 최희섭은 터지는데 김상현이 여전히 침묵이다.
SK의 전력분석팀은 최희섭-김상현의 집중 견제에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 한 타자에게 맞더라도 두 명 연속에게는 당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찬스에서 최희섭은 결대로, 욕심내지 않고, 스윙폭을 짧게 해서라도 좋은 타구를 만들려고 한다. 김상현이 무턱대고 욕심내는 큰 스윙을 하는 것은 아니다. 4차전 홈런성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고 6차전 파울 홈런을 치는 등 아주 작은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만큼 SK의 대책이 잘 되고 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