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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뜨거운 베이징의 열기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바둑대회 중 하나가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이다.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개인전과 달리 한·중·일 3국의 최정예 프로기사들이 출전, 단체전을 통해 자국의 명예를 걸고 끝장승부를 펼치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서 농심신라면배 1라운드가 열리고 있다. 1년을 기다려온 중국의 바둑 팬들의 관심은 온통 이 대회에 집중돼 있다. 덕분에 대회 스폰서인 농심의 ‘신라면’의 인기도 고공비행하고 있다. 대회가 11회째로 접어들면서 이젠 중국에서도 바둑에 조금의 관심이 있다면 신라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신라면은 농심을 국내 최고의 라면·스낵 전문 기업으로 키운 주인공이다. 1986년 10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약 190억 봉지가 팔렸다. 국민 1인당 400봉지 이상 소비한, ‘국민라면’인 셈이다. 중국에서도 96년 이후 1억 봉지 이상 매출을 기록 중이다.
’신라면은 출시 초기부터 새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운 맛을 앞세워 다른 경쟁 상대를 단숨에 ‘루저’ 신세로 전락시키면서 국내 라면시장을 석권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유명한 안성탕면이 농심을 라면업계의 강자로 키웠다면 신라면은 확고부동한 국내 라면업계의 대표로 자리매김시킨 효자상품이다.
출시 당시 제품 이름을 ‘신라면’으로 정한 이유도 재미있다. 담백한 맛이 주류를 이루던 분위기를 매운 맛으로 바꾸기 위해 개발했으나 이름을 붙이는데 애를 먹었다. ‘매울 신(辛)’자를 활용하고 싶은데, 공교롭게도 오너 일가의 성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농심 최고위층은 “매운 맛을 상징하는 단어는 ‘신’자네. 이를 사용하면 되겠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신라면은 어느덧 스물 셋이란 나이가 됐다. 농심이 생산하는 50여 종의 라면 가운데 25%의 매출을 차지하며 맏형의 위치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세력을 넓히고 있다. 신라면은 이제 중국에서도 고급 라면의 대명사로 대접받고 있는데, 지금의 성장 추세라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베이징=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