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오승환 “올시즌 목표 블론세이브 안 하는 것”
'최고 구속 145㎞, 세 타자 삼자범퇴.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28)이 스프링캠프 첫 등판에서 거둔 성적이다. 오승환은 지난 17일 주니치와의 연습 경기에서 8회 등판, 1이닝 동안 세 타자를 상대해 무실점을 기록했다. 외야 플라이 2개와 삼진 1개. 깔끔한 투구였다. 무려 7개월만에 마운드에 올랐고 예전의 구위를 회복한 모습이었다. 2월 중순에 벌써 145㎞의 구속을 찍은 것이 고무적이었다.
오승환은 지난해 7월 16일 두산전 이후 어깨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등판을 앞두고 "덤덤하다"고 말했던 오승환은 경기 후 "생각보다 직구 스피드가 많이 나왔다"며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기에 힘을 빼고 밸런스 위주로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처음 던졌다.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오늘 투구는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코칭 스태프들도 "좋은 투구였다"고 한마디씩 칭찬했다. 삼성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졌던 돌부처의 복귀가 기대됐다.
지난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부진했던 오승환이 올 시즌을 내다보는 목표는 무엇일까. 2006~2008년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차지했던 구원왕 탈환? 두 번이나 기록했던 40세이브? 오승환은 "구원 실패를 최대한 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호언장담과는 거리가 먼, 그 다운 목표다.
마무리 투수의 운명은 팀 동료들에 달려 있다. 8~9회 1점이라도 리드해야 등판해서 세이브를 챙길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이기는 경기를 역전당하지 않고 끝까지 승리를 책임지는 것이다. 오승환은 거창한 목표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등판 때마다 팀의 승리를 지킨다면 자연스레 세이브 숫자는 늘어나고 구원왕 타이틀을 되찾을 것이다.
2005년 데뷔한 오승환은 지난해까지 구원 실패가 총 10차례였다. 1년에 평균 두 번인 셈이다. 2006시즌 네 차례 기록한 것이 최다였고 지난해에는 한 번이었다. 오승환은 아예 '제로'에 도전할 의지를 밝혔다.
오키나와=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