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자연을 컨셉트로 한 음식점이나 주점을 보기는 무척 힘들다. 비싼 임대료를 주고 문을 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돈이 많이 들어가서 꾸미고 싶어도 꾸밀 수가 없다.
그렇지만 임대료 비싸기로 소문난 청담동에 자연을 오롯이 품은 한 일본식 선술집이 있어 눈길을 끈다. 청담동 디자이너 클럽 뒷골목에 자리잡은 이자카야 '미야마(美山)'다. 멀리서 보면 화원인지 일본 주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안밖으로 나무와 꽃이 많아서다.
▲꽃과 나무로 장식…잠자리도 손님
실내에는 산호수·알로카리아 등 30여종이, 테라스에는 황금측백·남천 등 10여종의 식물이 있다. 계절마다 갖가지 꽃도 피는데 벌써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손님들을 반긴다. 주인 김향미(40)씨는 "화분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고 자랑한다. 워낙 식물과 꽃이 많다보니 잠자리·나비 등 곤충들도 이 집을 자주찾는 '단골'들이다. 날이 맑은 날이면 서울시내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잠자리를 선술집에서 보게 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선술집에 웬 꽃과 식물?' 생뚱맞은 컨셉트를 한 이유는 김 사장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원래 직업은 플로리스트(꽃을 이용해 보기좋게 꾸미는 사람)에요. 시작한 지 한 7년 됐는데 제 특기를 살려서 실내를 직접 꾸몄어요. 선술집이지만 일본식 인테리어가 싫어 실내등을 비롯해 다양한 소품들을 한국식으로 만들었어요."
선술집에 자연을 담을 생각을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면적이 약 130㎡(약 40평)되는데 화분이 차지하는 공간이 거의 절반쯤 된다. 테이블이 10개 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조리학교 출신의 셰프들
조그만 이자카야지만 셰프들은 일본 조리학교 출신의 쟁쟁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상남(33) 주방장은 도쿄 조리전문학교를 졸업해 신주쿠와 시부야 등지의 일식당에서 일했다. 5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4년간 일식을 담당하기도 했다. 회와 초밥·튀김 등 전 과정을 배웠으며 지금은 나베(냄비전골)와 회요리가 주특기란다.
민우기(32) 셰프도 도쿄조리전문학교 출신. 일본에서 7년, 뒤이어 리츠칼튼 호텔에서 1년을 일한 후 '미야마'에 합류했다. 구이와 튀김요리를 잘한다. 맛에 있어서 어느 일식집이나 아자카야와 경쟁해도 자신있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이다.
▲다양한 메뉴,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이자카야는 술을 팔기에 저녁 영업만하는 곳이 많다. '미야마'는 점심(오전 11시반~2시반)에도 문을 연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근의 20대부터 40대까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덮밥류와 일본식 카레가 각각 6000원, 돈까스 정식과 고로케정식이 각각 7000원한다.
저녁에는 다양한 안주와 요리가 준비돼 있다. 두 셰프의 솜씨가 워낙 뛰어난 덕분에 80여가지의 안주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레붓타샤브(냉돼지샤브·가격 1만원), 흰살생선물회(1만8000원), 도미조림(3만원) 등이다. 사께도 1만5000원(나마죠조)에서 20만원(쿠보타만쥬)까지 30여종이 있다. 저녁에는 의외로 20대와 30대가 많다고 한다.
식탁에 오르는 각종 채소는 김 사장이 직접 경기도 남양주 농장에서 기른 것이라고 한다."시간 될때마다 직접 농장에 내려갑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들이기에 자신있게 손님들 테이블에 올릴수 있죠."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예약할 경우 문을 연다. 02-546-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