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북 영주 경륜훈련원에서 열린 17기 경륜후보생 졸업레이스 결승전. 경주 유도요원이 피스타를 빠져 나오기 전부터 인치환(27)은 내선에 갇히고 말았다. 자칫 힘 한 번 못써보고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고육지책으로 인치환은 두 바퀴를 남겨두고 선행승부를 펼쳤다. 누가 봐도 너무 긴 거리 승부였다.
현역 최강자로 꼽히는 이욱동(27·15기)이나 노태경(27·13기)도 두 바퀴 선행을 꺼릴 정도로 무리가 따르는 작전이었다. 경주를 지켜보던 전문가들도 “쉽지 않겠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30초 후 기우였음이 입증됐다. 두 바퀴 선행을 하고도 끝까지 속도를 유지한 인치환이 17기 졸업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한 마디로 괴물 탄생이었다. 인치환은 관리 점수·경주 점수·졸업레이스까지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비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석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 1년 동안 17기를 가르쳐온 영주 훈련원 송복송 교관은 “기량적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욱동, 노태경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한 뒤 “6개월 정도 실전 경험이 쌓이면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인치환은 동호인 활동을 하다가 손용호(16기)를 만난 후 경륜 선수의 꿈을 키웠다. 의정부팀의 이용욱으로부터 경륜 기초를 배웠고 훈련원의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며 새롭게 태어났다.
인치환은 비선수 출신이나 자전거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2008년 ‘트루 드 코리아’ 구간 우승을 비롯해 동호인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자전거동호인계의 스타 라이더였다. 그의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이다. 반면 하체에 비해 상체가 다소 약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예상지 '마지막 한 바퀴'의 송종국 편집장은 “체격적인 부분이나 지구력 면에서 이욱동이나 노태경에 비해 손색이 없다”며 “운영능력만 쌓이면 향후 특선급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