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섹시토크] 참아도 탈, 못 참아도 탈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해맑은 얼굴로 성인용품점 출입문을 밀고 들어서고, 소개팅 자리에서 지금까지 품어 본 남자 리스트를 자신있게 브리핑하는 여자들이 아무리 많다지만 그래도 이 땅 어딘가에는 여전히 19세기식 섹스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여자들 또한 적지 않다.
33세 남자 A는 작년 가을 4개월 남짓 사귀던 애인에게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았다. 술에 취한 A가 모텔에 가자고 한 것이 이별의 단초가 되었다. 헤어지자는 여자가 A에게 외친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날 섹스 파트너로 생각하냐?’
다시는 함부로 덤비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A는 올초부터 만남을 시작한 새로운 애인에게 최대한 예의를 차렸다. 손도 세번째 데이트에서나 겨우 잡았고 키스는 백일 기념으로 조심스럽게 시도했다. 결혼할 나이도 되었고 이번엔 정말 잘해보고 싶었던지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어느 날 여자는 이별을 통보해 왔다. "아니 왜?" 놀라서 묻는 A에게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네 눈엔 내가 여자로 안 보여?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니?”
A의 경우 다소 극적인 상황에 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말로 내뱉지 못할 뿐 저런 이유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연인들이 의외로 많다. 차마 남자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하고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 ‘이 남자가 나를 너무 쉽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이 남자는 나를 여자로 안 보는 건 아닐까?’하고 자문을 구한다.
결혼했다고 해서 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임신한 아내를 둔 38세의 B씨는 얼마 전 아내로부터 '바람 피우냐'는 추궁에 시달려야 했다. 몸이 무거운 아내를 돕는다고 매일 칼퇴근 하는 자신에게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냐고 하니 아내는 당당하게 외치더란다. '바람 피우지 않는다면 왜 잠자리를 안하냐'고.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귀찮게 들이대던 사람이 아니냐'고.
B는 어이가 없었다. 섹스를 안 한지 한 달이 넘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7개월을 넘어서면서 부쩍 솟아오르기 시작한 아내의 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 걱정에 참기로 결정한 것 뿐이었다. 더 억울한 건 한 달 전에는 부부관계를 할 때마다 '그것도 못 참냐'고 아내가 눈을 흘겼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나를 쉽게 보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아닌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여자로 느끼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아닌 것 같은, 그 ‘어떻게 보면’의 굴레에 갇혀 있는 여자들이 의외로 많다. 진실은 모르지만 어쨌든 자꾸만 고개를 드는 의문에 갇혀 스스로 섹스 파트너, 혹은 성적 매력이라곤 없는 여자로 자신을 몰아간다.
당하는 남자 입장에선 덤비면 우습게 본다고 하고 안 덤비면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니 어찌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차라리 여자가 먼저 섹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손은 언제 잡고 키스는 언제쯤 가능하며 섹스는 어느 단계가 되면 그때 시작하시오’라고 정해주면 그냥 그대로 따라하고 싶단다.
종잡을 수 없는 여자의 태도때문에 고생하는 남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 뿐이다. 실은 여자도 자기 마음이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다고. 그래서 여자도 괴롭다고.
박소현은?
남녀의 불꽃 튀는 사생활에 비전문적 조언을 서슴지 않는 36세의 칼럼니스트, 저서로 '쉿! she it' '남자가 도망쳤다'가 있다. marune@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