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주장 봉중근(30)에게서 역대 대표팀 주장들의 향기가 묻어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겪은 박찬호(피치버그) 손민한(롯데) 진갑용(삼성) 등 주장 선배들을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 봉중근이 벤치 마킹하고 있다.
봉중근은 최근 사비를 털어 선수단에 스파이크 주머니를 선물했다. 각자 원하는 품목을 알아봤지만 후배들이 선뜻 이야기를 하지 않아 같은 선물을 준비했다.
후배들의 사기 진작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은 박찬호와 닮았다. 1회 WBC와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주장을 맡은 박찬호는 대회 중간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에게 '베푸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선물을 아끼지 않았고 스태프까지 포함한 회식을 주최했다.
봉중근은 주장에 뽑히고 나서 마당쇠 역할을 수 차례 강조했다. 스스로 몸을 낮추는 한편 항상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후배들과 어울린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만큼 위계보다는 동료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서 진갑용이 선수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던 것과 유사하다. 봉중근은 "이번 대표팀은 팀컬러가 밝다. 선후배 가리지 않고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최고 장점인 것 같다"며 자랑을 늘어놨다.
그렇다고 부드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한다. 봉중근은 훈련 소집 첫 날인 지난달 25일"고참으로서 후배들을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는 주장이 되겠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2008년 WBC 캡틴 손민한에게서 느낄 수 있던 모습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봉중근의 서열은 박경완·정대현(이상 SK)에 이어 세 번째다. 소속팀 LG에서 주장을 맡은 적도 없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캡틴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중근은 "어느새 대표팀 고참이 됐다. 후배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즐겁다. 동료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목에 걸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