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멈춘 10분.’
세계 최대 경마축제로 꼽히는 '에미레이트 멜버른컵 경마대회'(이하 멜번컵)가 2일 오후 3시(현지 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시 근교에 위치한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경마장에는 올해로 150주년을 맞은 멜번컵을 지켜보기 위해 1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경주를 앞두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등 날씨가 변덕을 보였지만 관객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멜번컵은 1861년 첫 대회를 연 이래 단 한해도 멈추지 않은 채 올해로 150주년을 맞았다. 대회 주관단체인 빅토리아 레이싱 클럽(VRC)은 에미레이트 항공사와 스폰서십을 맺고 지난해보다 50만 호주달러가 더 많은 600만 호주달러(한화 약 66억원)를 총 상금으로 내걸었다.
이번 멜버른컵은 전세계에서 출사표를 던진 250마리 중 최종 출전권을 거머쥔 호주와 뉴질랜드·미국·영국·프랑스·아일랜드·UAE·일본 등 8개국 총 24마리가 3200m 잔디주로를 달려 우승마를 가렸다.
최대 관심사는 디펜딩 챔피언인 쇼킹(SHOCKING·호주산 ·5세마)의 대회 2연패와 바트 커밍스 조교사(82)의 13번째 멜버른컵 우승마 배출여부였다. 지난 149년 동안 이 대회에서 2회 이상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경주마는 5마리 뿐이며 멜번컵 우승마를 배출한 나라도 7개국에 불과하다.
호주 국민들은 특히 바트 커밍스 조교사가 출전시킨 소유싱크(SO YOU THINK)를 주목했는데 만약 소유싱크가 우승하면 그동안 12마리의 멜번컵 우승마를 길러내며 호주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바트 커밍스 조교사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는 미국산 경주마가 ‘깜짝 우승’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소유싱크는 결승선 200m를 앞두고 근소한 선두로 나섰지만 100m 직전 소유싱크를 뒤따르던 아메리케인(AMERICAIN·미국산 6세마)과 말럭키데이(MALUCKYDAY·뉴질랜드산 4세마)에게 잇따라 덜미를 잡히며 3위로 내려앉았다. '호주를 멈춘 10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한국 마주들과 함께 멜번컵을 참관하기 위해 플레밍턴 경마장을 방문한 강용식 서울마주협회장은 “멜번컵은 경마와 패션쇼를 접목한 축제로 호주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마대회다. 경마가 도박이 아닌 축제로 발전한 대표적인 모델”이라며 “도박으로 치부되고 있는 한국경마의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멜번컵 당일에는 화려한 모자를 쓴 남녀 입장객을 대상으로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것이 전통인데 이날도 약600여명의 여자관객들이 화려한 모자를 쓴 채 선발대회에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또 백화점 등 쇼핑센터에는 한 달 전부터 모자와 의상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플레밍턴 경마장(호주 멜버른)=류원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