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컵은 세계 최고의 경마축제다.
1861년 첫 대회를 치른 뒤 2차 세계대전 기간을 포함해 한 해도 멈추지 않고 올해 150주년을 맞이했다. 첫 대회 당시 상금은 170파운드와 금시계 하나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50만 호주달러가 더 많은 617만 호주달러(약 68억원)를 총상금으로 내걸었다. 이 중 우승상금은 약 40억원이다.
멜버른컵 상금 규모는 1996년 시작된 두바이월드컵(1000만 US달러·약 111억원), 유럽 최고의 경마대회로 꼽히는 프랑스 개선문상(430만 유로·약 66억원), 북미 브리더스컵(500만 US달러·약 55억원) 등과 함께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호주의 빅토리아 주정부는 멜버른 카니발 축제 기간(10~11월) 중인 매년 11월 첫째주 화요일, 오후 3시 멜버른시 근교의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경주를 개최한다. 빅토리아주는 이날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플레밍턴 경마장에만 10만~15만 명의 관객이 몰려 축제를 즐긴다.
빅토리아 레이싱 클럽(VRC)은 2일 오후 3시부터 약 10분간 호주 전역과 전세계에서 7억 명에 가까운 경마팬들이 경주를 지켜본 것으로 추산했다. 멜버른컵은 전 세계 경주마를 대상으로 출전 신청을 받아 주관단체인 VRC가 최종 출전마를 선정한다.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총 250마리가 신청했으며 이 중 호주와 뉴질랜드·미국·영국·프랑스·아일랜드·UAE·일본 등 8개국 출신 경주마 24마리가 우승을 다퉜다.
멜버른컵 이모저모○…멜번컵 경마대회의 최대 볼거리인 베스트드레스 선발대회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사와 호주 최대의 마이어화점, 일본의 렉서스자동차의 후원하는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대회장 바로 옆에 로레알사가 마련한 간이 미용실이 운영됐는데 화장과 매무시를 고치기 위한 참가자들이 긴 줄을 이뤘고, 방송국 카메라맨들이 이들의 화려한 자태를 앞다퉈 카메라에 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멜번컵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플레밍턴 경마장을 방문한 강용식 서울마주협회장(71)은 "멜번컵은 경마와 패션쇼를 접목한 축제로 호주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마대회다. 경마가 도박이 아닌 축제로 발전한 대표적인 모델"이라며 "도박으로 치부되고 있는 한국경마의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레이싱 클럽은 150주년을 맞은 멜번컵을 기념하기 위해 약 2억원을 들여 1930년 멜번컵 우승마이자 호주인의 정신적 우상으로 남아있는 경주마 ‘퍼 랩(Phar Lab)’이 우승할 당시의 형태로 제작했다. 퍼랩은 1930년 멜번컵을 비롯한 호주내 각종 경마대회를 휩쓴 뒤 1932년 미국으로 건너가 최고액 경마대회에 출전, 우승하면서 영국과 미국민들에게 멸시당하던 호주인들의 울분을 씻어줬다. 하지만 경주이때부터 퍼랩은 ‘호주인의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다.
○…멜번컵 입장권이 동나면서 70호주달러이던 일반 입장권 가격이 2~3배나 뛰었다. 단 20명에게 팔리는 장당 6만 호주달러짜리 입장권도 없어서 못팔았다는 후문이다.
○…멜번컵에는 영국 여왕 등 유명 인사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엘리자베스 2세가 경마장을 찾지 않았다.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도 동남아를 방문하느라 경마장을 찾지 못했다. 대신 아랍 에미레이트 최대 부호이자 왕족 중 한 명인 셰이크 모하메드 막툼 알시드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알시드는 매년 2000만 호주달러 어치의 경주마를 구입하는 호주 경마계의 큰 손이다.
○…멜번컵에서 12마리의 우승마를 배출하며 호주 최고의 유명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바트 커밍스(82) 조교사는 이번 대회에 소유싱크 등 2마리를 출전시켜 13번째 우승마 배출에 도전했지만 실패로 끝나 호주 관객들의 실망이 컸다. 더욱이 바트 조교사는 멜번컵 직전 호흡장애를 일으켜 입원했지만 경주 전날 대회 참가를 위해 병원을 떠나는 투혼을 보여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류원근기자
멜버른=류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