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시와 중앙일보가 공동 개최하는 '월드 e스포츠 마스터즈(WEM)'가 3년만에 세계적인 e스포츠대회로 성장했다. 2008년 처음으로 e스포츠 세계 왕중왕전으로 출발한 WEM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항저우시 전자과기대학교에서 세번째 대회인 WEM2010을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 유료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VIP석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중국 최초로 전 경기가 케이블채널에서 생중계되는 등 글로벌 e스포츠대회로 자리잡았다.
▶유료 관람석에 팬 가득 3일 오전 11시 WEM2010 개막식이 열린 항저우시 전자과기대학교 체육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바로 앞에 마련된 200여석의 VIP석은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이 자리는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일반석보다 1.6배 가량 비싼 80위안(1만4000원). 직장인의 1주일치 점심값일 정도로 거금이지만 팬들은 유명 선수들을 코 앞에서 보겠다는 생각에 서슴없이 지갑을 열었다. 마쥔타오(21·전자과기대학교 환경과학과 2학년)씨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수업까지 빼먹고 100위안으로 온종일 관람권을 샀다"며 "우리 학교 체육관에서 글로벌 e스포츠대회가 열린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좋다"고 말했다. 7일 결승전에서는 전 유료 좌석이 매진됐다. WEM은 1·2회 때도 유료 관람객이 1만6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매년 경기장의 열기가 뜨겁다.
▶세계 3대 e스포츠대회로 이번 WEM2010에서는 중국 220여 도시와 지역을 커버하는 상하이미디어그룹 SITV 계열의 게임채널 게임풍운에서 닷새간의 전 경기를 생중계, e스포츠 마니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대회를 알릴 수 있었다. 이전 대회는 중국 내 사이트인 QQ·PPTV와 전문 e스포츠 온라인 방송사이트 ESLTV 등에서 중국어·영어·한국어로 온라인으로만 중계됐다.
이처럼 WEM이 온라인과 케이블TV 중계 체제와 경기장의 만원사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한 해 동안 세계 대회에서 우승 또는 준우승을 차지한 '워크래프트3(워3)'와 '카운터스트라이크1.6(카스)' 종목의 8팀(선수)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명실상부한 e스포츠 세계 왕중왕전이기 때문. 이종환(40) 중앙일보문화사업 팀장은 "워3와 카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e스포츠대회로는 WEM이 유일하다"며 "e스포츠 올림픽인 'WCG'와 유럽 최대 e스포츠 리그 'ESL'에 이어 3대 글로벌 e스포츠대회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WEM2010은 전 경기를 케이블TV와 온라인으로 생방송하는 철저한 한국형 e스포츠 대회 형식을 채택했다"며 "중국에서 e스포츠대회로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며 '명품 콘텐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국산게임 중국 홍보 창구 이번 WEM2010에서는 국산게임으로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 22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중국 e스포츠팬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크로스파이어 종목은 이번 대회 첫 경기로 열렸는데 관람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관심 깊게 지켜봤다. 일부 팬들은 선수들의 명 경기를 펼치면 환호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WEM은 1회 때부터 위메이드의 '아발론온라인' 등 국산게임을 시범 종목으로 선정해 중국 팬들에게 소개해왔다. 중국 정부가 해외 게임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WEM은 국내 게임업체가 직접 자사 게임을 중국 내에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짜오롱푸(53) 항저우시 체육국장은 "이번 WEM에서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게임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WEM이 한중 양국의 문화·산업적 교류에 창구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