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트위터가 사람 잡네.'
인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의 미확인 루머 유통이 심각한다. 근거없는 소문이 마치 사실인 것 처럼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루머 글이 한번 트위터에 올라오면 삭제할 수 없어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미확인 루머에 개인도 기업도 곤혹지난 8일 트위터에 납치 제보가 떴다. 대구 수성구 사월역 근처에 사는 한 이용자가 "트렁크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는 수상한 차를 지하주차장에서 목격했다. 경비 아저씨가 잡으려고 했지만 달아났다. 차는 초록색 번호판으로 62○○"이라는 글을 황급히 올렸다. 이 글은 이날 오후 3시쯤 올라와서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가장 많이 '리트윗(퍼나르기)'된 글이 됐다. 15만여명의 팔로워(트위터 친구)를 보유하고 있는 김주하 MBC 아나운서의 트위터에까지 퍼날라졌을 정도.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CCTV를 확인해 차주인을 찾았는데, 신음소리는 차주인과 여자친구가 함께 들었던 라디오 소리였던 것. 이 일로 차주인은 차량 번호가 인터넷상에 공개되고 '여친이랑 둘이서 지하주차장에서 뭐했냐'는 등 네티즌의 각종 추측성 글에 시달려야 했다.
업체도 트위터 루머로 곤혹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인기 커뮤니티 서비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는 '뇌출혈로 숨진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이진원씨에게 생전에 음원 사용료로 현금이 아닌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를 줬다'는 글이 트위터에서 퍼지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한 신문이 이씨에 대해 쓴 기사가 잘못 알려지면서 SK컴즈가 이씨에게 진짜 도토리를 준 것 처럼 트위터에 글이 퍼진 것. 이를 본 네티즌은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도토리로 배당금을 주라'는 등 비난을 퍼부었고 SK컴즈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무서운 전파력에 삭제도 안돼이 두 사례는 최근 벌어진 트위터 루머의 극히 일부분이다. 직접 듣거나 보지도 않고 팔로워가 보낸 글을 사실로 믿고 또다른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재전송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포털사이트의 게시판, 메신저, 블로그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문제가 벌어지긴 하지만 특히 트위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무서운 전파력 때문이다. 트위터는 글을 올리면 자동으로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전송되고 이를 리트윗하면 글을 받은 트위터 이용자의 팔로워들에게도 보내진다. 자신의 팔로워가 100명이고 이 팔로워들의 팔로워가 100명이라면 클릭 한번에 1만100명에게 글이 전해지게 된다. 전파력이 엄청난 것. 더욱이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이 해당 글에 문제가 있어 지운다고 해도 전송된 글은 삭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한번 트위터를 타고 나가면 계속 떠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트위터 루머는 위험하고 폐해도 크다.
여기에 최근 포털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트위터 검색을 서비스하고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악성 루머를 검색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지연이 음란한 화상채팅을 했다는 악성 루머의 경우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트위터 검색 때문에 급속히 퍼진 사례다.
트위터의 미확인 루머 유통이 심각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미국 업체가 서비스하고 있어 국내법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는 인식하고 있으나 책임 부서조차 없는 상태다. 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트위터에서 루머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