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선수들이 모인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특히 라인업을 보면 역대 최고의 타선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광저우 아오티 구장에서 이틀간 훈련한 이들은 각자의 타법으로 시원한 타격을 뽐냈다. 일본시리즈에 출전하느라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김태균(28·지바 롯데)도 일본시리즈 7경기에서 타율 0.345를 때려내며 금메달 조준을 끝냈다. 방망이의 뭉뚝한 끝부분 노브(Knob)를 보면 이들의 타격이 보인다. 최고 타자들의 손을 따라가 보면 그들의 타격 비밀을 알 수 있다.
추신수, 손목의 마술사클리블랜드 추신수(28)의 타격은 동료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였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20홈런을 때린 타자의 타격은 훌륭한 참고서였다. 김성근 SK 감독이 "추신수는 그만의 독특한 타법이 있다. 다른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선수들이 섣불리 따라하는 것을 경계했을 정도다.
추신수 타격의 키워드는 손목이다. 스윙이나 그립을 보면 장거리보다 중거리 타격을 하는 것 같지만 손목힘을 이용해 홈런을 펑펑 쳐낸다. 함께 훈련했던 타격 7관왕 이대호(28·롯데)가 "예나 지금이나 신수가 나보다 타구를 멀리 보낸다"고 친구를 치켜세웠다.
추신수의 아버지 추소민 씨는 아들이 어릴 적부터 철봉 등을 많이 시키며 손목을 끊임 없이 단련케 했다. 덕분에 추신수는 중거리타자처럼 방망이를 잡고도 장타를 날린다.
그립의 특징은 오른손 소지(새끼손가락)를 제외하고 네 손가락을 모두 사용한다, 즉 두 손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이다. 소지는 노브에 걸친다.
보통 장타자들은 배트 헤드를 빠르게 돌리기 위해 앞쪽 손(좌타자 추신수의 경우 오른손) 소지와 약지, 심지어는 중지까지 노브를 잡는다. 홈런타자 이대호가 그렇다. 그러나 추신수는 중거리타자 내지 교타자에 가깝게 오른손과 배트가 만나는 면적을 넓힌다. 방망이를 짧게 잡는 효과가 있다. 대표팀 훈련을 도왔던 이건열 KIA 타격코치는 "추신수가 배트를 길게 잡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손목을 활용한 강한 임팩트로 장타를 때려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 홈런타자의 그립우타자 이대호의 힘은 대부분 오른손에서 나온다. 왼손은 거들 뿐이다. 그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쥐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노브를 감싸 잡는다. 타격을 할 때 앞 손(우타자 이대호의 경우 왼손)은 배트 스피드를 결정하고 파워는 뒷손(오른손)에서 결정된다.
1990년대만 해도 이렇게 때리는 타자는 거의 없었다. 두 손의 힘을 모두 사용해야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1998년 외국인 선수와 이승엽 등 국내 거포들이 방망이를 한 손으로 잡으면서 메이저리그형 그립이 보급됐다. 힘이 뛰어난 이대호는 왼손 파워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도 홈런왕이 됐다.
이대호의 그립은 전형적인 거포형이다. 그러면서도 두 차례 타격왕에 오를 만큼 뛰어난 컨택트 능력도 자랑했다. 이 코치는 "이대호가 워낙 부드러운 몸을 가진 덕분이다. 방망이를 길게 쓰면서도 예측하지 않은 코스의 공도 부드럽게 쳐낼 줄 안다"고 말했다.
김태균, 김현수는 하이브리드김태균의 그립은 이대호와 추신수의 중간 형태다. 왼손 약지와 소지 정도만 노브를 감싼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장거리형이다.
김태균 스윙의 특징은 그립보다는 헤드에 있다. 하체를 고정하고 스윙 시작도 빠른 편이 아니지만 손목을 강하게 꺾어 배트 헤드를 돌리는 스타일이다. 폼 전체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확도도 높다.
좌타자 김현수(22·두산)의 그립 형태 또한 김태균과 거의 비슷하다. 손이 먼저 나간 뒤 코킹(Cocking-타구가 나오기 전 배트의 스윙궤적)이 빠르게 풀리는 스윙 메커니즘이 서로 닮았다. 김태균과 김현수는 히팅 포인트가 앞에 형성되면 장타를 터뜨린다. 또 타이밍이 늦었다 싶어도 앞으로 끌고 나가는 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광저우=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