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33)의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입단이 확정적이다. 발표만 남았다. "라쿠텐 구단 내부에서 이미 김병현의 영입을 확정했다"고 일본 야구에 정통한 관계자가 전했다. 계약금이나 연봉 등 계약조건은 추후에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의 미국생활을 접고 일본 진출을 타진해 온 김병현은 16~17일 라쿠텐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16일 40여 개의 불펜 피칭을 통해 구위에 대해 합격점을 받았고 17일 연투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이틀동안 김병현의 투구를 지켜본 다부치 고이치 투수 코치가 합격점을 줬다. 다부치 코치는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신임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테스트의 전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호시노 감독 역시 "워낙 커리어가 좋은 선수라 지금 컨디션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영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현이 라쿠텐에 입단하면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일본 리그에 진출한 첫 한국인이 된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다가 일본리그로 진출하거나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건너간 경우는 많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무대로 옮긴 선수는 없었다. 양국을 모두 경험했던 이상훈과 구대성은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1999년 성균관대 재학중 애리조나에 입단하며 ML 데뷔한 김병현은 2008년까지 6번 팀을 옮기며 통산 54승 86세이브를 올린 뒤 야인으로 지내왔다.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 스피링캠프에 초청되며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고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다 지난 7월 입국했다. 배우 겸 모델인 한경민씨와 지난 3월 결혼해 내년 초면 2세도 얻는다.
지명권을 갖고 있는 넥센이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김병현은 결국 일본 라쿠텐을 새출발의 발판으로 삼았다. 주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상 한국보다는 낯선 일본을 더 편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라쿠텐은 2004년 창단된 퍼시픽리그 막내팀이다. 매년 최하위권에서 허덕이다 지난해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올해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달 명장 호시노 감독을 영입해 대대적인 팀쇄신에 들어갔고 김병현 영입이 그 첫 걸음이 됐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