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인어공주' 정다래(19·전남수영연맹)가 떴다.
정다래는 지난 17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평영 2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수영선수로는 1998년 방콕 대회 조희연 이후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정다래의 금메달 직후 네티즌은 발칵 뒤집혔다. 크고 둥근 눈에 커다란 눈망울, 짙은 눈썹, 복스러운 코가 매력적인 정다래는 종전까지 '얼짱 선수'로만 유명했다. 그런 그가 '실력짱'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데 대한 환호였다. 여기에 정다래의 가장 큰 매력이 또 있다. 바로 어디로 튈 지 모를 럭비공 같은 성격이다.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정다래의 '엉뚱 행동'을 살펴 봤다.
▶정다래 어록
정다래는 엉뚱한 말로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엉뚱하게도 개그맨 김경진을 이상형이라고 올려놓았다. '바보처럼 행동하는 게 아닌 진짜 바보 같고, 정말 착해 빠져서 상처 많이 받아도 웃어넘길 것 같은 너란 남자, 정말 귀여워 죽겠다'는 독특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다래의 이상형은 따로 있었다. 그는 금메달을 따자 소감 대신 과감한 사랑 고백을 했다. 기자들이 우승 직후 떠오른 사람이 누군지 묻자 정다래는 "코치님, 부모님, 그리고 동현이"라고 답했다. 동현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서 자신의 이름을 주어로 사용하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했다.
정다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결승행을 놓치고 아쉬워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베이징 수영 얼짱'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정다래를 만날 때마다 "얼짱으로 인기가 많다"는 인사를 건네면 "아, 그거 베이징 때만 잠깐 그랬는데 지금 다 식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돌발 행동
정다래는 16일 열린 평영 100m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직후 수영장 대형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것을 보자 황급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끄럽다는 듯 숨어버렸다. 이 모습은 그대로 한국까지 생중계됐다.
17일 자유형 200m 우승 직후에는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했다. 인터뷰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정다래는 금메달 소감을 묻자 갑자기 울먹이다 말고 "감사합니다"라며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해서 취재진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동안 엄마 아빠 말도 잘 안 들었는데…"라고 말하다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인터뷰 후 시상식에서는 언제 오열했냐는 듯 밝은 얼굴로 태극기를 두르고 나왔다. 그는 사진 기자들이 시상식 후 포즈를 잡아 달라고 하자 금메달을 입으로 가져가 세게 깨물었다. 옆에 있던 중국 선수가 정다래의 코믹한 행동에 깜짝 놀라는 모습까지 사진에 그대로 담겼다.
▶튀는 패션
정다래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19세 소녀다. 그는 평영 금메달 시상식 때 큐빅이 화려하게 박힌 태극 문양 하이탑 슈즈를 신고 나왔다. 중계 화면은 이를 놓치지 않고 클로즈업 했다. 정다래는 야외수영장에서 열린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때 경기가 끝나자 '미용'부터 신경 쓰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당시 인터뷰 때 "야외수영장에서 훈련해서 물안경 자국 때문에 팬더가 됐어요. 이거 앞머리로 가려야 하는데"라면서 물에 젖은 앞머리를 애써 끌어내려 이마에 붙이더니 "자, 이제 인터뷰 해요"라고 말하는 '깜찍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덩치짱' 얼짱
정다래는 여자 선수 치고도 체격이 좋은 편이다. 키 1m72㎝에 수영 선수 답게 어깨가 넓다. 큰 체격과 예쁜 얼굴, 엉뚱한 성격까지 부조화 속의 조화가 정다래 만의 매력이다.
그런데 정다래의 체격에는 숨은 사연이 있다. 1~2년 전만 해도 정다래는 네티즌에게 '떡대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당당한 체격은 아니었다. 그가 '얼짱'으로 인기가 높고, 또 10대 소녀 답게 패션에 관심이 많아도 가장 관심이 많은 건 바로 수영이다. 정다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른 후 "서양 선수들이 체격이 장난이 아니에요. 다른 선수들이 너무 커요, 우락부락하고. 저 앞으로 웨이트 한참 더 해야겠어요"라는 말을 했다. 정다래는 지난 1년간 태릉선수촌과 괌 전지훈련 등을 거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땀을 흘렸고, 결국 중국과 일본 선수들을 제압하는 힘을 키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