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V(Adult Video, 성인 에로물)는 우리나라에 공식적인 루트로 소개된 적은 없지만 소위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이미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미디어다. 특히 몇몇 인기 AV 여배우들은 한국에 직접 방문해 활동하기도 하는 등 이제 '음지의 문화'만은 아닌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로는 거대한 바스트 사이즈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얼굴을 지닌 아오이 소라를 들 수 있다.
1983년생으로 2002년 AV계에 데뷔한 아오이 소라는 실제 정사를 촬영하는 AV 외에도 다른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많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의 주류 영화에서 단역을 맡은 적도 있지만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주로 '독립 핑크 영화'인 경우가 많다. '핑크 영화'란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B급 영화들로 주로 성애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직접적인 성기의 삽입 등 AV적인 요소보다는 드라마에 더 치중하고 있는 영화들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케이블 TV를 통해 방영된 아오이 소라의 핑크 영화로는 범죄 수사물의 패로디인 'G컵 탐정 호타루'가 있다. 그리고 관음증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이웃집 여인의 소리'를 들 수 있다.
주인공 남자는 작은 원룸에 살고 있다. 옆방에 살고 있는 예쁜 여자(아오이 소라)를 짝사랑하는데 여자는 남자 친구가 따로 있다. 남자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여자와 남자 친구의 소리를 얇은 벽을 통해 몰래 듣는다. 그러면서 성적인 쾌감을 느끼던 남자는 옆집 여자의 남자 친구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허술한 화질, 좁은 공간 안에서만 주로 벌어지는 사건 등 저예산 B급 영화의 냄새가 가득한 영화지만 한계 내에서 독특한 전개가 이뤄지는 작품이다.
국내 소개되는 '헥토파스칼:폭풍정사' 역시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AV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다. 아오이 소라와 함께 국내에서 '폭풍의 인기'를 얻었던 호노카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호노카는 2000년대 초반 '안경 쓴 여교사'의 이미지로 AV 연작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지만 얼마 전 AV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정극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기압이 낮아지면 성적 욕구가 더 커지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지난해 '강아지 마메시바'를 히트 시킨 카메이 도오루 감독의 작품이다.
이들 외에도 아오이 소라와 함께 한국 케이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했던 AV 배우 미히로 역시 은퇴 후 정식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에로 배우 출신'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케이스들이 있지만 일본 AV 배우들과 비교할 대상은 아닌 듯 하다. 처절하리만큼 치열한 현장에서 이식된 이들인 만큼 그 생명력도 강할 것 같지만 개방적인 일본에서조차 이들이 정식 영화계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출처=영화 ‘G컵탐정 호타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