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광저우 아오티 양궁장. 여자 개인전 시상식이 열리기 전 한쪽 사대에는 3명의 여궁사가 웃음을 띤 채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김문정(29·청원군청) 주현정(28·현대모비스) 기보배(22·광주광역시청)였다. 비록 이들은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금메달을 딴윤옥희(25·예천군청)를 축하했다. 금메달은 윤옥희가 걸었지만 4명이 함께 이뤄낸 쾌거였다.
여자 양궁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걸린 두 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왔다. 그러나 맏언니 김문정은 웃을 수만은 없었다.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문정은 이번 대회부터 단체전에 3명만 나서도록 바뀐 규정 때문에 단체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개인전도 예선 5위에 올랐지만 본선에는 나갈 수 없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32강 출전선수 인원을 국가당 2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김문정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잘 해줬다"며 웃었다.
김문정도 2관왕 윤옥희처럼 곧 결혼을 한다. 양궁 선배인 최원종(32·예천군청)과 1년간 사랑을 키웠고, 내년 1월 결실을 맺는다. 김문정은 "예비신랑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넌 최고'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계동현(27·현대제철)과 부부인 또 다른 양궁커플 주현정도 윤옥희의 금메달을 축하했다. 주현정은 "사실 개인전에 2명밖에 못 나가기 때문에 대표팀 내에서 눈치보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옥희가 금메달을 따서 한국이 최고의 자리를 지켰으니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개인전 8강에서 중국의 청밍에게 일격을 당해 탈락한 기보배도 밝은 얼굴이었다. 기보배는 "아깝긴 하지만 옥희 언니가 금메달을 따줘서 고맙다"고 웃었다. 기보배는 이번 대회 '양궁 얼짱'으로 큰 화제가 됐다. 그는 "단체전 끝나고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신문 1면에 났다는 얘기도 들었다. 꼭 보고 싶다"고 웃었다. 기보배는 이번 대회에서 왕관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나와 중계화면에 여러 차례 잡혔다. 기보배는 "직접 산 귀걸이다.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희망이 담겨있었다"며 "단체전 금메달을 땄으니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광저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