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살아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버텼다."
원로 배우 강부자와 이순재, 백일섭, 노주현 등 60~7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30일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L2로비에서 열린 'TBC여 영원하리' 행사장에 모였다.
이날 행사는 64년 개국 이후 17년동안 국내 최고의 민영방송사로서 명성을 쌓아온 TBC 동양방송이 80년 11월 30일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으로 일거에 무너졌던 것을 기억하며 TBC 복원을 염원하는 자리.
TBC 개국 멤버로 참여해 스포츠 캐스터로 이름을 날린 원종관 아나운서는 백발의 노신사가 되어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엔 변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TBC는 영원하리'. 그 찬란했던 전통을 중앙일보 JMnet의 종편으로 되살리기 위해 오늘 이자리에 모였습니다"라는 원 아나운서의 개회사에 이어 TBC TV와 라디오의 고별방송을 담은 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강부자 유지인 장미희 등 당대 톱스타들의 젊은 시절에 이어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가수 이은하의 모습, TBC 인기드라마 '아씨'를 회고하는 장면, 강수연 등 당시 아역 탤런트들의 고별인사 등이 차례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30년의 긴 세월을 뚫고 멋진 TBC로 영원할 거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힌 이은하는 이날 TBC 종방 때 불렀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열창해 박수세례를 받았다. 이어 가수 정훈희도 ‘꽃밭에서’를 부르며 “그때 무대 뒤에서 ‘집은 뺏겼지만 이름 석자 문패는 줘야지…’ 라고 했다. TBC 문패를 다시 돌려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 도중 짬을 내서 행사장을 찾았다는 원로배우 이순재(75)는 "요즘 드라마는 60~70% 정도의 완성도만 가지고 만들어진다. 쪽대본으로 촬영을 연명하고 있는데 창피한 일이다"라며 "TBC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면 90%이상 되는 완성도를 가지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마지막 작품은 TBC에서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KBS 출신이지만 TBC 개국과 함께 TBC에서 활동했다는 강부자(69)는 "TBC는 나에게 친정같은 곳"이라며 "지난 80년 11월 30일 신군부의 강제적인 언론 통폐합 조치로 TBC가 한순간에 무너지자 한동안 너무 힘들어서 방송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버텼다"며 "TBC의 복원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TBC의 마지막 사장을 역임한 홍두표 TBC복원추진위원회 위원장과 홍석현 JMnet 중앙일보 회장, 김재봉 중앙매스컴 사우회장 등은 “30년 전 가장 사랑 받았던 방송으로서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글로벌 스마트 미디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누비는 중앙미디어넷호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TBC 스타들이 옛 동양방송 사가를 제창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건배 제의를 하고 식사를 하며 TBC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