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룸메이트의 공식 ‘절친 혹은 라이벌 끼리’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의 소집 훈련 첫 날인 13일, 제주도 서귀포 칼 호텔 로비의 한 테이블에는 이름이 붙은 열쇠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앞으로 약 열흘간 제주도 전지훈련을 치를 선수들의 운명을 쥔 열쇠다. 총 24명의 소집 선수들은 2명이 한 방을 쓰며 친목을 다진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7층을, 가마·박태하·김현태·서정원 등 코칭스태프는 6층을, 선수들은 5층을 쓰는 피라미드 구조. 특히 선수들 방 배정에서는 코칭스태프의 고뇌가 묻어난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끼리, 혹은 친한 친구끼리 짝을 지워주며 팀워크에 신경을 썼다. 대표팀 룸메이트의 공식을 들여다봤다.
◇포지션 경쟁자들
517호를 함께 쓰는 박현범(제주)과 하대성(서울)은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박현범은 수비력에서, 하대성은 공격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박주영 옆 자리를 두고 다투는 유병수(인천)와 김신욱(울산)도 한 방을 쓴다. 이들은 22살 동갑내기 절친이기도 하다. 유병수는 "지난 한·일전 때도 같은 방을 썼다. 함께 방을 쓰면 편하다"며 짝꿍 칭찬에 나섰다. 후보 골키퍼 김용대(서울)와 김진현(오사카)도 룸메이트다. 8살이나 차이 나는 선후배인만큼, 선배 김용대가 후배 김진현에게 도움말을 주며 살뜰하게 보살피는 역할을 맡게 된다.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수원)과 고창현(울산)도 열흘간 동고동락한다.
◇호흡 맞추는 듀오들
김보경(오이타)과 조영철(니가타)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황금 날개'를 책임졌던 신예 듀오다. 박주영과 함께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친분을 다졌다. 왼쪽, 오른쪽에서 서로 포지션을 바꾸며 공격에 나서는 호흡도 일품이다. 함께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 유대감도 두텁다.
윤석영(전남)과 신광훈(포항)도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췄다. 둘은 측면 수비수로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썼다. 중앙 수비수 김주영(경남)과 이상덕(대구)도, 홍정호(제주)와 김영권(도쿄)도 발을 맞추기에 앞서 함께 생활하며 친분을 다지고 있다.
◇절친들의 동거
K-리그 신인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윤빛가람(경남)과 지동원(전남)은 알고 보면 절친이다. 지동원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내 사진 보다가 이걸 찾았다"며 자신과 윤빛가람이 한 카메라에 잡힌 사진을 올렸다. 흰 유니폼을 입은 지동원과 빨간 유니폼을 입은 윤빛가람이 똑같이 허리춤에 손을 올린 포즈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 윤빛가람은 곧바로 댓글로 "빨간색옷 누구? 완전 멋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K-리그 팬들이 "얘네 이러고 논다, 귀여워"라며 '완소'하는 어린 커플 중 하나다.
최효진(서울)-황재원(수원)은 한 때 포항에서 함께 뛰었다. 지금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 팀에서 승부를 다투지만, 우정만은 변함이 없다. 곽태휘(교토)는 대표팀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정성룡(성남)과 한 방을 쓴다. 정성룡이 클럽월드컵 출전중인 까닭에 곽태휘는 현재 독방을 쓰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서귀포=온누리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