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시위라도 하는 것 같다. 올 시즌 용병 선수들 중 꼴찌로 프로농구에 입성한 찰스 로드(25·KT)가 연일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로드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모비스 전에서 덩크슛 2개 포함 32점·11리바운드를 올리며 KT의 80-63 승리를 이끌었다. 로드의 이날 출전시간은 겨우 21분 58초였다. 9일 오리온스전에서도 로드는 13분을 뛰고도 덩크슛 3개 포함 17점을 올리며 KT의 88-72 승리에 일조했다.
로드는 주로 제스퍼 존슨의 백업 멤버로 나서고 있어 출전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코트에 서 있는 순간만큼은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평균 17분 출전해 14.6득점, 리바운드 5개를 기록중이다. 팀의 두 번째 용병이면서도 블록슛(경기당 1.5개)과 덩크슛(경기당 1개) 부문에서 전체 5위에 올라있다. 모비스와 오리온스전에서 로드는 표명일의 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를 1차례씩 선보였다.
올 시즌 로드를 주목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 발목 부상으로 농구를 1년간 쉬었고 이전 팀에서도 센터가 아닌 포워드를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용병 드래프트에서도 "운동 능력은 괜찮지만 성격이 좋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다른 팀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창진 KT 감독은 로드의 잠재력을 보고 마지막 순번으로 로드를 선발했다. 그리고 김승기 코치에게 로드를 맡겼다.
KT에 합류한 로드는 김 코치의 1대1 지도아래 센터로 변신했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기초부터 시작했다. 패스를 받은 뒤 다시 외곽으로 내주는 플레이만 몇 개월간 반복했다. 점프슛, 드리블 돌파 등 포워드처럼 플레이하면 전 감독은 로드를 향해 호통을 쳤다.
김 코치는 "이제 센터 역할에 눈을 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 능력과 농구 센스는 있는 선수다.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로드의 강점은 1m에 육박하는 점프력이다. 림 한참 위에서 내리꽂는 덩크슛은 2000년대 초반 대구 오리온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르커스 힉스를 떠오르게 한다.
전 감독은 "아직까지 칭찬할 점은 블록슛밖에 없다. 20순위에서 이제 한 17등쯤 한다"며 "하지만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시키는 걸 다 하려고 하기 때문에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