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잇몸으로 버텼는데. 이제 잇몸도 없네요."
프로농구 부산 KT의 한숨이 땅을 꺼질 듯 하다. 프로농구 출범 후 이런 상황이 있었을까. 순항하던 KT가 '국내파 주전 올 아웃' 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미 주전 포워드 송영진과 김도수 없이 경기를 치르던 KT는 19일 모비스와 경기에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던 박상오를 잃었다. 전반 막판 왼발 엄지 발가락을 다친 박상오는 통증이 심해 후반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박상오는 올 시즌 평균 16.3점 5.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박상오에 앞서 17일 삼성전에서는 주전 포인트 가드 표명일이 늑골 골절상을 당했다. 국내파 4명과 용병 1명으로 짜여지는 베스트5 중 국내파 4명을 모두 잃은 것이다. 여기에 든든한 백업 가드 최민규도 부상 중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프로농구 최고 명장을 다투는 전창진 KT감독도 모비스전을 마친 뒤 입을 꾹 다물었다.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김승기 코치는 "감독님과 어떤 작전을 상의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KT에서 남은 주전급 선수는 포워드 조성민과 조동현 뿐이다. 용병 1명을 더해도 베스트5의 남은 2자리는 박성운·윤여권·양우섭 등 벤치 멤버로 풀타임을 꾸려야 한다. 송영진·김도수 없이도 KT는 특유의 빠른 조직농구로 선전해왔다. 13승7패로 3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부상자가 더 늘자 내년까지 3위를 지켜낼 지 장담할 수 없다.
김종력 기자 [raul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