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에 버금갈 만한 거인이 나왔다. 중앙대 새내기 센터 김병오(20)다.
김병오는 농구화를 벗고 잰 키가 2m17㎝로 하승진보다 4㎝ 작다. 하지만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2m20㎝까지 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로 키가 계속 크고 있다. 올해 2㎝ 가량 자랐다.
요즘 대학농구에 2m가 넘는 선수는 흔하다. 하지만 2m10㎝를 웃도는 선수는 김병오가 유일하다. 한국 농구가 바라던 장신 센터다. 김병오의 강점은 골 밑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깥에서도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가 크면 개인기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는 이런 통념을 깨는 선수다. 미들슛과 발놀림이 좋아 외곽으로 나갈 수도 있고 골 밑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하승진이 골 밑에서 공을 잡으면 막을 수 없는 파워형 센터인데, 김병오는 외곽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형 센터에 가깝다. 그렇다고 몸싸움이 약한 것도 아니다. 박스아웃 등 기본기에 충실한 편이다.
김상준 중앙대 감독은 “머리가 상당히 좋고 자리잡는 센스도 갖췄다. 우리 학교가 센터를 이용하는 농구를 즐기는 만큼 반드시 하승진 이상 가는 선수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승진과 김병오의 무기는 역시 높이다. 제자리에서 팔을 들면 림의 그물을 쉽게 잡을 수 있어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팀에 큰 힘이 된다. 김병오는 가드처럼 빠르진 않지만 둔한 편도 아니어서 리바운드와 블록에서 장점을 보인다. 하승진과 비슷하다. 그는 여러 대학에서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지만 '센터 대학'이라고 불릴 만큼 빅맨을 잘 키우는 중앙대를 선택했다.
문제는 몸 상태와 건강이다. 김병오는 대전고 3학년 때 무릎 수술을 받아 올해 대학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몸무게도 약 130㎏로 하승진에 비해 20㎏ 가량 덜 나간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다. 김병오는 “재활하면서 팀 훈련을 조금씩 하고 있다. 어영부영 나가서 다치긴 싫다.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하승진 형을 뛰어넘는 한국 최고의 센터가 되겠다”고 했다. 김상준 감독은 2년 뒤 풀타임 소화를 목표로 김병오를 조련하고 있다. 내년에는 10~20분씩 뛰게 할 생각이다.
김병오는 2011년 대학리그부턴 오세근이 졸업하는 중앙대의 골 밑을 지켜야한다. 대학 최고 센터로 인정받는 경희대 김종규와도 맞부대껴야 한다. 같은 학년인 둘은 친하진 않지만 서로를 의식하는 사이다. 김병오는 “(김)종규가 중앙대의 52연승을 깨겠다고 했는데 그 기록은 깨도 우리가 깬다. 상대가 누가 됐든 이기겠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김재원씨는 1m70㎝, 어머니 권금녀씨는 1m68㎝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여동생 김보영의 키는 1m58㎝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