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다. 집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 계절이다. 그러나 산을 좋아한다면 겨울은 가장 신나는 계절이다. 눈꽃 만개한 겨울 산은 그 어느 계절보다 화려하다. 한국관광공사가 마침 1월에 가 볼만 한 곳으로 전국의 이름난 눈꽃 트레킹 코스를 추천했다. 이 중에서 세 곳을 골라 소개한다. 겨울방학 맞은 아이들과 함께 도전해도 좋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한라산 눈꽃 트레킹 제주도는 가봤어도 한라산은 안 올라봤다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추천한다. 한라산은 겨울에 가야 제맛이다. 눈 수북이 쌓인 설산이었을 때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세계자연유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증명한다.
한라산에는 어리목ㆍ영실ㆍ돈내코ㆍ성판악ㆍ관음사 등 5개 등산 코스가 있다. 이 중에서 한국관광공사는 영실 코스를 추천했다. 가장 짧은 코스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서다. 등산 기점인 영실 휴게소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3.7km 거리여서 눈 쌓인 겨울에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산객이 찾아온다. 영실(靈室)은 ‘신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 그래서인지 발길 닿는 곳마다 신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눈 쌓인 장면은 영실기암의 괴석과 어울려 히말라야 고산지대 못지 않은 경이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문의=한라산 국립공원(www.hallasan.go.kr)
탐방안내소=064-713-9950,
영실탐방로=064-747-9950
○무등산 옛길 무등산은 호남의 진산이다. 호남 지방의 애환과 정서가 골마다 배어있다. 그러나 무등산은 결코 낮은 산이 아니다. 해발 1187m를 자랑한다. 멀리 지리산에서도 우뚝 솟은 무등산이 보인다. 그래서 무등산엔 흔치 않은 기록이 있다. 무등산은 도심 10㎞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을 끼고 있는 해발 1000m 이상의 유일한 산이다.
무등산 옛길이 최근 복원됐다. 총 길이 11.87㎞로, 쉬엄쉬엄 걸어도 5시간이면 족하다. 길은 광주시내에서 시작하지만 산에 접어들면 길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다. 무등산 옛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서석대다. 서석대는 기둥처럼 수직으로 서 있는 바위다. 바위기둥에 눈과 얼음이 덮이고 그 위에 다시 햇볕이 내려앉으면 서석대는 눈부시게 빛난다. 그 빛 때문에 서석대 아래 고을이 빛고을, 즉 광주란 이름을 얻었다. 다시 말해 광주는 겨울에 얻은 이름이다.
문의=무등산도립공원(mudeungsan.gjcity.net) 062-365-1187,
광주광역시(www.gwangju.go.kr) 관광진흥과 062-613-3642
○선자령 가는 길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 백두대간 능선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눈꽃 트레킹 코스다. 눈 덮인 고갯마루길 위에 사람들이 걷고, 사람들 위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풍경의 주인공이다. 선자령은 대관령과 5㎞ 남짓 떨어져 있지만, 두 고개의 고도 차이는 325m다. 두 고개를 잇는 능선길이 들판길 모양 거의 평평하다는 얘기다. 대관령과 선자령을 잇는 고갯마루길이 눈꽃 트레킹에 적합한 이유가 예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원래 두 갈래다. 하나는 능선길이고 다른 하나는 계곡길이다. 갈 때는 능선을 따라 가고 올 때는 계곡을 따라 걷는다.그렇게 갔다오면 10.8㎞ 거리다.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씨가 개척한 강릉바우길의 첫 번째 구간이기도 하다.
문의=평창군청(www.yes-pc.net)
관광경제과 033-330-2542,
강릉바우길(www.baugil.org) 033-645-0990